KGM '급발진 의심' 항소심 돌입..."소비자 입증 책임? '도현이법' 응답하라"

이동훈 기자 / 2026-03-09 10:32:46
유족 "ECU 결함 등 추가 증거조사 필수" vs KGM "1심서 충분히 심리" 팽팽
첨단 기술 속 소비자 입증 한계 뚜렷...'도현이법' 제정·개정 목소리 커져

[HBN뉴스 = 이동훈 기자] 강릉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 티볼리 에어 급발진 의심 사고’의 항소심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단순한 손해배상 소송을 넘어, 첨단 기술 시대에 뒤처진 한국의 제조물책임 제도가 과연 소비자를 어떻게 보호하는지를 정면으로 묻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 민사2부(심영진 부장판사)는 지난 5일 항소심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 사건은 숨진 이도현 군의 유족이 제조사를 상대로 제기한 9억 20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다. 앞서 1심 법원은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 가능성을 이유로 제조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2022년 12월 급발진 의심 사고 당시 모습 [사진=강릉소방서]

 

사고는 지난 2022년 12월 6일 강릉시 홍제동에서 일어났다. 70대 할머니 A씨가 운전하던 SUV가 지하통로로 추락하며 12살 손자 이모 군이 목숨을 잃었다. 할머니 A씨는 형사 입건됐으나, 다급한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과 경찰의 재수사 끝에 1년 10개월 만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유족이 책임 소재를 묻기 위해 제조사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 1심에서는 재판부가 페달 오조작 가능성에 무게를 두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날 열린 항소심 법정에서는 추가 증거조사 채택 여부를 놓고 양측의 공방이 이어졌다. 유족 측은 ‘전자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 결함에 의한 급발진’을 입증하기 위해 다수의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신청 내용은 ▲국과수 감정관 증인 신문 ▲1심 감정인(EDR·재연시험·파손 부위 분석)에 대한 보완 감정 ▲블랙박스 음향 감정인 사실조회 ▲국과수 및 제조사의 데이터 기록 문서 송부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시스템(BOS) 관련 제조사 측 설명 요구 등이다.

반면 피고인 제조사 측은 “이미 1심에서 오랜 시간 충분한 심리가 이뤄졌다”며 추가 조사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유족 측의 각 증거 신청에 대해 제조사가 먼저 구체적인 의견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사건은 재판 결과뿐만 아니라 현행 ‘제조물책임법’의 현주소를 되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현행법상 피해를 본 소비자가 구제를 받기 위해서는 제품의 결함을 직접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핵심 데이터와 설계 정보는 철저히 제조사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결국 비전문가인 일반 소비자가 거대한 정보의 벽을 넘어 차량의 소프트웨어 결함 등을 과학적으로 밝혀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故) 이도현 군의 아버지 이상훈 씨는 재판에 앞서 입장문을 내고 부당한 입증 책임 체계를 비판했다. 이 씨는 “자료 접근권조차 없는 소비자가 결함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는 불가능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든 기술 자료와 분석 능력을 갖춘 제조사가 결함이 없음을 직접 증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족과 시민사회는 입증 책임을 제조사로 전환하는 일명 ‘도현이법(제조물책임법 개정안)’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현재 22대 국회에는 관련 개정안이 8건이나 발의되어 있지만 모두 계류 중인 상태다.

이 씨는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서도 결단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당대표 시절 전적인 소비자 입증 책임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 씨는 “이제 대통령의 자리에서 그 약속을 현실로 이행해 달라”고 호소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4월 30일에 열린다. 재판부는 사안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 양측에 프레젠테이션(PPT)을 활용한 변론을 요청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과 멈춰있는 제조물책임법 개정 움직임에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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