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정국 효과 빛났지만…K-라면, 자체 경쟁력 강화 필요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K-라면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농심과 삼양식품에 대한 밝은 미래를 점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주춤하는 K-콘텐츠의 인기가 K-라면의 성장세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6일 농심과 삼양식품에 대한 긍정적인 분석 보고서가 발표되며 K-라면의 글로벌 성장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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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신라면 툼바', 출시 2주만에 일본에서 출고물량 100만 개가 전부 소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
류은애 KB증권 연구원은 농심에 대해 ‘Buy’ 투자의견과 목표주가 52만원을 유지하며 음식료 산업 최선호주로 꼽았고, 삼양식품 역시 ‘Buy’로 투자의견을 내며 목표주가를 125만원으로 19.0% 상향 조정했다. 두 기업 모두 1분기 호실적을 기록하며 펀더멘털의 탄탄함을 입증했다.
◆ 농심, 내수 호조와 글로벌 확장 잠재력에 주목
농심은 1분기 내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가격 인상 전 비축 수요 증가와 신제품 '신라면 툼바'의 꾸준한 판매가 주효했다. 해외 시장에서는 미국 법인의 매출액이 소폭 감소했으나, 이는 일시적인 매출 이연과 판촉비 증가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중국 법인의 영업이익률 개선은 긍정적인 신호이다.
◆ 삼양식품, 압도적인 수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에 ‘훨훨’
삼양식품은 1분기에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기대치를 크게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면과 스낵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32.2% 증가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견인했다. 특히 우호적인 환율 환경 속 미국과 중국 법인의 매출이 눈에 띄게 성장했으며, 고가 제품 판매 비중 확대로 수익성까지 크게 개선했다. 영업이익률은 역대 최고 수준인 25.3%를 기록하며 삼양식품의 강력한 이익 체력을 입증했다.
◆ K-라면 세계화 이끈 일등공신 K-콘텐츠가 시들어간다
최근 몇 년간 K-라면은 드라마, 영화 등 K-콘텐츠의 글로벌 흥행에 힘입어 전례 없는 성장세를 누려왔다. 농심의 ‘신라면’과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독특한 맛과 매력으로 해외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K-푸드의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방탄소년단 (BTS) 멤버 정국의 ‘불그리’ 효과를 톡톡히 봤다.
유튜브, 틱톡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불닭볶음면 챌린지와 같은 콘텐츠가 확산되면서 브랜드 인지도는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K-콘텐츠의 글로벌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K-라면의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K-콘텐츠의 인기가 K-라면의 해외 진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지만, 콘텐츠 인기가 하락할 경우 라면 판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 속에서 K-라면이 어떠한 전략으로 난관을 헤쳐나갈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파고’, K-라면 위기감 고조
최근 글로벌 무역환경은 트럼프 2기 집권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점점 고조되면서 커지고 있다. 이는 K-라면 업계에 잠재적인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행정부 1기때부터 강조하는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K-라면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적은 삼양식품이 웃었지만, 미래 성장성은 농심이 나은 편이다. 농심은 미국 현지 생산 공장을 운영하며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와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농심은 현재 미국에 1공장과 2공장을 가지고 있는데,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물량만으로는 현지 소비자들의 수요를 따라가지는 못하는 상태이다.
류은애 KB증권 연구원은 “관세 및 환율 변동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농심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농심과 삼양식품은 각자의 강점을 살려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향후 미국의 무역 정책 변화는 여전히 주시해야 할 변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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