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실패하면 퇴출?...게임업계 고용모델 재편·노동법 충돌 논란

김혜연 기자 / 2026-04-15 10:52:17
'전배 없는 구조조정'인가...AI·OTT 압박 속 슬림화 가속
근로기준법상 '해고 회피 노력'과 충돌...법적 분쟁 우려도

[HBN뉴스 = 김혜연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급격히 팽창했던 국내 게임 산업이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인력 운영 방식에도 구조적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일부 대형 게임사를 중심으로 계열사 간 전환배치(전배)를 통한 고용 유지 대신 프로젝트 단위 인력 정리 방식이 등장하면서, 기존 고용 모델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게임사들은 개발 프로젝트의 수익성과 효율성을 기준으로 조직을 재편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경영난에 처한 자회사나 프로젝트 인력을 계열사 간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고용 안정성을 유지해왔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관행이 점차 약화되는 흐름이다.

 

 게임업계의 고용모델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해당 이미지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내용과 관계없다.[이미지=픽사베이]

이 같은 변화의 상징적 사례로는 넥슨 계열 개발사 ‘버튼스’ 폐업이 꼽힌다. 버튼스는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설립된 법인이었지만, 내부 심사 과정에서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내려지면서 개발이 중단됐고 법인 역시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약 150명 규모의 인력이 계열사 전배 없이 퇴직 보상과 함께 회사를 떠나는 상황에 몰린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개별 사례가 아니라, “회사 중심 고용에서 프로젝트 중심 고용으로의 전환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프로젝트 성과에 따라 조직의 존속 여부가 결정되고, 이에 따라 인력 역시 유연하게 이동하거나 정리되는 구조가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다른 주요 게임사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1년 사이 본사 인력 규모를 약 35% 축소하며 고비용 구조를 조정했다. 다만 이는 단순 퇴직이나 해고뿐만 아니라, QA 및 IDS 부문과 4개 개발 스튜디오 등을 자회사로 물적 분할하는 이른바 ‘조직 쪼개기’가 병행된 결과다. 위메이드 역시 수익성이 낮은 사업과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조직을 정리하는 등 전방위적 구조 재편에 나선 상태다.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시장 환경 변화와 기술적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70%를 넘었던 국내 게임 이용률은 최근 50% 수준으로 하락하는 등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OTT·숏폼 콘텐츠 등 다른 여가 산업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개발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 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게임 개발자의 90% 이상이 A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으며, 개발 시간 역시 과거 대비 크게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일부 프로젝트의 개발 시간은 수년 전 대비 7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집계되면서, 동일한 성과를 위해 필요한 인력 규모 자체가 감소하는 추세다.

이처럼 비용 압박과 기술 변화가 맞물리면서, 게임사들은 대규모 인력을 장기간 유지하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슬림 조직’ 운영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다. 인력 감축과 프로젝트 단위 운영이 단기적으로는 비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개발 역량 축적과 신작 경쟁력 확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짚어봐야 할 대목은 새롭게 부상하는 현행 노동법과의 충돌 리스크다. 근로기준법 제24조에 따르면 경영상 이유로 해고를 단행할 경우 타 부서 전환배치 등 '해고 회피 노력'이 필수적이다.

미국식 프로젝트 단위 고용 모델이 국내에 도입되어 전환배치 기회 없는 일방적 방출이 이어질 경우, 향후 부당해고 구제신청 등 줄소송으로 이어질 법적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는 동일 기업 그룹 내에서 일정 수준의 고용 보호가 작동했지만, 프로젝트 중심 구조가 정착될 경우 개발자들이 프로젝트 성과에 따라 직업 안정성을 크게 좌우받는 동시에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게임사는 사람을 장기적으로 고용하는 조직이라기보다,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인력을 운용하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며 “이 같은 고용 모델의 변화가 현행 노동법 체계와 충돌 없이 산업 전반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여부가 향후 시장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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