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 지연 소송 잇따랐는데...방사청-대한항공 '무인기 협력' 왜?

이동훈 기자 / 2026-08-21 11:54:45
P-3C 707억 반환 확정·UAV 404억 반환 판결
잇단 납기 분쟁에도 무인기 사업 협력 지속

[HBN뉴스 = 이동훈 기자] 대한항공이 방위사업청과 방산사업 납품 지연을 두고 잇따라 거액 소송을 벌이는 가운데 양측의 협력 관계는 후속 사업으로 이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P-3C 해상초계기 성능개량과 사단정찰용 무인비행기(UAV) 사업에서 납기 책임을 놓고 충돌한 뒤에도 중고도정찰용무인항공기(MUAV) 양산과 저피탐 무인편대기 개발을 함께 진행하면서, 방사청이 대한항공과 계속 사업을 이어가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1일 방산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P-3C 성능개량 사업에서 방사청이 공제한 물품대금 가운데 707억원을 돌려받는 판결을 확정받은 데 이어 사단정찰용 UAV 초도양산사업에서도 404억5000만원을 반환받으라는 판결을 2심까지 받아냈다. 두 사업 모두 납품기한을 넘겼지만 법원은 실제 지연기간과 대한항공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간을 구분했다. 
 

 대한항공이 개발 중인 고속무인기. [사진=대한항공] 

P-3C 사업은 대한항공이 2013년 방사청으로부터 해상초계기 8대의 성능개량을 맡으면서 시작됐다. 당초 2016년까지 사업을 끝낼 예정이었지만 완료까지 약 4년이 더 걸렸다. 방사청은 납품이 지연됐다며 지체상금과 이자 등 약 726억원을 대한항공의 다른 물품대금에서 공제했다.

대한항공이 소송을 내자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중요 관급재 공급 지연으로 제조공정을 진행할 수 없었던 기간과 발주기관의 사유로 작업이 늦어진 기간까지 대한항공의 지체일수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1심의 반환액은 473억원이었지만 2024년 항소심에서는 707억원으로 늘었다. 2025년 1월 대법원이 방사청의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사단정찰용 UAV에서도 비슷한 분쟁이 벌어졌다. 대한항공은 2015년 방사청과 2540억원 규모의 16세트 납품 계약을 맺었지만 사업 일정이 지연됐다. 방사청은 2081억원의 지체상금을 부과하고 이 가운데 658억5000만원을 납품대금에서 공제했다.

1심은 방사청의 규격 변경과 코로나19, 기상 악화 등이 사업 지연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대한항공이 부담할 지체상금은 계약금액의 10%인 254억원으로 산정해 이미 공제된 금액 가운데 404억5000만원을 반환하도록 했다. 서울고법은 지난 20일 대한항공과 국가의 항소를 모두 기각해 이 결론을 유지했다.

거액의 소송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양측은 새로운 사업을 함께 진행했다. 방사청은 2023년 12월 대한항공·LIG넥스원·한화시스템과 총사업비 4717억원 규모의 MUAV 양산 계약을 체결했다. 대한항공은 체계업체를 맡았다. 올해 4월에는 부산 대한항공 테크센터에서 MUAV 양산 1호기가 공개됐으며 공군 수락시험을 거쳐 2027년부터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저피탐 무인편대기에서도 협력이 이어지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대한항공은 방사청 미래도전국방기술사업으로 2021년부터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7년 완료가 목표다. 2025년 2월에는 부산 대한항공 테크센터에서 기술시범기 1호기 출고 행사도 열렸다.

현재 공개된 자료를 보면 납품 지연 사실만으로 후속 사업 참여가 자동 제한되는 구조는 아니다.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9호 나목과 시행령 제76조 제2항 제2호 가목은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체결하거나 이행하지 않은 경우 등을 입찰참가자격 제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앞선 두 소송에서도 법원은 관급재 공급 지연과 규격 변경 등 대한항공이 통제하기 어려운 사유를 별도로 따졌다.

방사청도 방산사업의 특수성을 반영해 지체상금 제도를 손질해왔다. 2021년에는 체계업체가 선택할 수 없는 협력업체의 귀책으로 납품이 늦어진 경우 전체 계약금액이 아닌 해당 협력업체 계약금액을 기준으로 지체상금을 부과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당시 방사청은 기존 제도로 업체의 경영부담이 커지고 지체상금 부과에 불복하는 소송이 반복돼 왔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이 무인기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온 사실도 확인된다. MUAV는 2008년부터 ADD 주관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해 2022년 개발을 마쳤으며 대한항공은 연구개발 시제품 제작업체로 참여했다. 이후 양산에서도 대한항공이 체계업체를 맡았다.

P-3C 사건은 대법원에서 종결됐지만 사단정찰용 UAV는 2심 판결까지 내려진 상태다. MUAV와 저피탐 무인편대기 등 후속 사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기존 사업에서 반복된 납기와 책임 범위 문제가 불거질지 업계의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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