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 기술 독립성 검증 조건 ‘족쇄’
실적 가시화 전까지는 매수보다 관망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한국수력원자력(KHNP)과 한국전력공사(KEPCO), 웨스팅하우스(WEC)의 글로벌 합의 세부 내용이 공개되면서 원전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커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공급망(밸류체인) 활용 기대가 부각되지만, 두산에너빌리티를 둘러싼 구조적 리스크는 가볍지 않다는 평가다. 무조건적인 매수 접근은 위험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불거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합의는 단순 협력을 넘어 글로벌 원전 시장의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준으로 받아들여진다. 미국·EU 다수 국가, 영국, 일본, 우크라이나 등 핵심 시장에서는 WEC가 우선권을 보유하고, KHNP·KEPCO는 신흥시장 중심으로 활동이 제한되는 구조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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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팅하우스와 지재권 합의문 보도로 어수선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사진=연합뉴스] |
또한 합의에는 원전 1기당 기술사용료 약 1.75억 달러(한화 약 2400억 원)와 기자재·용역 구매 약 6.5억 달러(약 9000억 원)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보증신용장(LC) 4억 달러 발급 의무가 따르고, 일부 조항은 최대 50년간 적용된다는 점도 논란을 키운다.
◆ 두산에너빌리티, 폴란드 철수·전략 수정 불가피
이 같은 논란은 곧바로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한 국내 원전 공급망 기업들의 향방에도 직결된다. 폴란드 사업 철수가 공식 확인되며(19일), 유럽 일부 지역에서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 점도 부담으로 거론된다.
짧은 시기에는 원전 부품·설비 수요 확대에 따른 낙관론이 고개를 들지만,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익성·자율성 제약은 결코 가볍지 않다. 게다가 1기당 기술사용료·기자재 구매 등 ‘지급·구매 의무’ 규모가 1조 원을 웃돌 수 있다.
여기에 LC 4억달러는 비용 지출이 아닌 ‘지급 보증’ 성격이지만, 프로젝트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재무적 제약 요인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결국 발주 증가가 곧장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은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SMR(소형모듈원자로) 독자화 차질 우려도 남는다. 한국형 SMR 수출 시 WEC의 기술 독립성 검증을 거치도록 한 조건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두산의 중장기 성장축인 SMR 사업의 상업화 속도와 전략적 자율성을 제약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낳는다.
◆ “과도한 비관론” vs “실적 확인 후 접근”
시장이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반응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웨스팅하우스의 건설 역량은 여전히 취약하며, 이번에 공개된 합의문 역시 이미 지난 1월에 알려졌던 불리한 조건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다”며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 해도 두산에너빌리티, 한전기술, 한전KPS의 기업가치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즉, 주가 급락은 과도한 반응이라는 해석이다.
일부 증권사는 오히려 이번 조정 국면을 원전주 매수 기회로 본다. KB증권은 “글로벌 원전 시장은 대형원전과 SMR 모두에서 수요 확대가 예상되고 있으며, 한국 원전 밸류체인은 미국·프랑스 등 글로벌 기술사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정도로 경쟁력이 확고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합의가 총 사업비 대비 1.85% 수준의 기술 사용료에 불과하다는 점, 웨스팅하우스 역시 유럽·미국 사업에서 한국 기업들의 설계·기자재·건설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밸류체인 기대감만으로 움직이기보다는, 실제 수주와 실적이 가시화된 이후 접근하는 편이 안전하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단기 매수세는 오히려 변동성을 키울 수 있어 보수적 접근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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