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완료, 한 달여 만에 제재 받아
[HBN뉴스 = 홍세기 기자] 한화생명이 인수한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클리어링(Velocity Clearing)이 시장 조작 감시 시스템 미비로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으로부터 100만달러(약 14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FINRA는 지난 9월 벨로시티가 2019년 말부터 현재까지 시장 조작 거래 활동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며 벌금 부과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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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생명 본사. [사진=한화생명] |
한화생명은 지난해 11월 벨로시티 지분 75%를 약 25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7월 말 인수 절차를 완료했다. 인수 완료 후 약 한 달 만에 벌금 부과가 확정된 셈이다.
FINRA는 벨로시티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19년 말부터 2023년 5월까지 벨로시티의 자동 감시 시스템은 시장 조작 행위에 대해 약 15만건의 경보를 발령했으나, 이 중 14만7000건(98%)을 어떤 조사도 없이 종결 처리했다.
특히 2019년 말부터 2022년 12월까지는 사전 합의 거래(prearranged trading) 감시 기능 자체를 활성화하지 않았으며, 이 기간 동안 40개 이상의 고객에 대해 타 증권사로부터 의심 거래 관련 문의를 받았음에도 대응하지 않았다.
2022년 12월 감시 기능을 활성화한 후에도 2023년 2월까지 생성된 1만건 이상의 경보를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
특히, 감시 업무를 담당한 컴플라이언스 부서 직원이 단 1명에 불과해 관련 인력과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일부 경보는 생성된 당일 종결 처리됐으며, 담당 직원이 하루에 수백~수천 건의 경보를 한꺼번에 종결시키는 일도 발생했다.
이후 벨로시티는 내부통제 인력 5명을 추가 채용했으나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3년 7월 감시 시스템을 교체한 이후 약 1520만건의 새로운 경보가 발생했으나, 대부분 조사 없이 종결됐으며 올해 초 기준 520만건 이상의 경보가 여전히 검토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한화생명 측은 "인수 과정에서 해당 내용을 인지했으며, 확인 결과 실제 이상거래는 없었다"고 밝혔다.
회사는 "전담 인력을 보강하고 신규 이사를 선임하는 등 내부통제 체계를 보완하기 위한 후속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인력 보강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한화생명이 인수 전 실사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를 제대로 파악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제재 사유가 시장 조작 거래 자체가 아닌 내부통제 미비에 따른 것으로, 미국 금융당국의 통상적인 대규모 제재(수백억~수천억원)에 비해서는 비교적 낮은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FINRA는 벨로시티에 견책(censure)과 100만달러 벌금을 부과했으며, 이 중 8만1056달러는 FINRA에, 나머지는 NYSE, 나스닥, Cboe 등 미국 주요 거래소에 지급하도록 했다. 또 독립 컨설턴트를 선임해 감독 정책과 시스템을 전면 검토하고 개선안을 이행하도록 의무화했다. 벨로시티는 혐의를 인정하거나 부인하지 않은 채 제재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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