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는 외부의 온기가 아니라 내면의 불꽃이다”
계절의 문턱이 바뀌어, 만물이 겨울의 품으로 들어서는 입동(立冬)이 다가왔습니다. 옛 어른들은 “입동이 지나면 바람이 서리 되어 내리고, 그 서리 속에도 생명은 쉬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자연의 순환 속에서 우리는 생멸(生滅)과 무상(無常)의 이치를 배웁니다. 겨울은 단순히 추위를 뜻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쉼의 계절이자, 다시 피어날 봄을 준비하는 고요의 시간입니다.
'법구경'에서는 “마음이 청정한 이는 추위 속에서도 따뜻하고, 욕심에 물든 이는 더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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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대한불교 성불조계종 법담 종정 |
바람이 매섭게 불어오는 이 계절, 불자는 외적 온기보다 내적 온기로 자신과 세상을 덮을 수 있어야 합니다. 마음의 온기란 곧 자비심(慈悲心)입니다. 그것은 자신을 다스리고, 타인을 위로하며, 세상을 밝히는 가장 따뜻한 불입니다.
입동 무렵이 되면 옛 어머니들은 김장을 담그며 “이 김치로 겨울을 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행위는 단순한 음식 준비가 아니었습니다.
추운 계절을 함께 견디자는 다짐이자, 서로의 안부를 묻는 자비의 실천이었습니다.
불교에서 자비는 머나먼 이론이 아니라, 일상 속 작은 나눔의 행위로 드러납니다. 따뜻한 밥 한 그릇, 김치 한 포기 속에도 부처님의 법(法)이 깃들어 있습니다.
'화엄경'에 “일체 중생이 곧 부처의 성품을 지녔으니, 서로 공경하고 베풀라” 하셨습니다. 나와 남이 다르지 않음을 아는 그 순간, 모든 이에게 감사와 사랑이 생겨납니다.
그러므로 불자는 입동의 찬바람 속에서도 이웃을 향한 따뜻한 말 한마디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그것이 곧 수행이며, 자비행의 첫걸음입니다.
세상은 풍요로워졌지만, 마음은 점점 메말라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물질의 풍요보다 마음의 온도를 지켜야 할 때입니다. 입동은 자연의 절기이자, 마음의 절기이기도 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감사와 회향의 마음을 일으켜야 합니다.
불자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마음의 문을 닦고, 새롭게 다짐해야 합니다.
봄의 시작은 희망이요, 여름의 뜨거움은 정진이며, 가을의 결실은 감사이고, 겨울의 고요는 성찰입니다.
이 네 가지 순환이 곧 수행의 길이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인연의 법입니다.
사랑하는 불자 여러분, 입동의 찬 공기 속에서도 부처님의 말씀은 변치 않는 따스한 등불입니다. 그 등불을 가슴에 품고, 이웃과 나누며, 자신을 비추는 삶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추위 속에서도 자비의 불을 꺼뜨리지 않는다면, 그대의 마음에는 언제나 봄이 깃들 것입니다.
나무아미타불.
법담 종정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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