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측 "예산 확보하는 데로 공사 진행"
[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야간에 제대로 보이지 않는 제3경인고속도로의 이정표 문제가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드러났다. 상당한 구간의 이정표들의 글자 부위 반사필름이 벗겨져 밤에는 사실상 안내 기능을 상실한 채 방치되고 있지만, 운영사와 관리 당국은 “예산 문제”만을 내세우며 근본적 조치 없이 시간만 끌고 있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제3경인고속도로는 인천광역시 남동구 고잔동에서 경기도 시흥시 논곡동을 잇는 연장 14.3km의 고속화도로다. 2006년 10월 착공돼 2010년 5월 전 구간이 개통됐다.
더욱이 인근 서해안고속도로(1994년부터 2001년까지 구간별 개통) 등 더 오래된 고속도로의 표지판은 여전히 상태가 정상이라는 점에서 관리 소홀 문제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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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에 글자의 반사필림이 없어 구분하기 힘든 수준인 이정표 [사진=하비엔뉴스] |
◆ "예산 문제로 올해 안에 공사"...안전보다 돈이 먼저?
민자도로인 제3경인고속도로 운영사에 따르면, 이정표 반사필름 훼손과 관련한 민원은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접수됐다. 그러나 운영사인 제삼경인고속도로 관계자는 “예산 문제로 올해 안에 공사를 계획하고 있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관리 책임이 있는 경기도 관계자도 “올해 안에 한다니 지켜보자”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도로표지의 시인성 저하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고속도로에서의 심각한 안전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야간이나 악천후 시 운전자는 이정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진출입로를 놓치거나 급차선 변경 등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이다.
◆ 인근 고속도로는 멀쩡...제3경인만 예외?
실제로 서해안고속도로 등 수도권 주요 고속도로의 이정표는 준공 후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야간 시인성이 유지되고 있다. 이는 관리주체가 정기적으로 점검과 보수를 시행해왔기 때문이다.
반면, 제3경인고속도로는 준공 후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이 지났음에도 이정표 반사필름이 벗겨진 채 방치돼 야간에는 안내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같은 지역, 비슷한 환경임에도 관리 실태에서 현격한 차이가 드러나는 셈이다.
◆ 내비게이션 시대에도 이정표는 '생명줄'
최근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내비게이션을 활용해 길을 찾는 시대지만, 도로 이정표의 역할은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내비게이션이 없는 차량이나, 기기 고장·배터리 방전·신호 불량 등으로 내비게이션 사용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이정표가 유일한 길잡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령자, 외국인, 렌터카 이용자 등은 여전히 도로 이정표에 의존한다. 만약 이정표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면, 단 한 번의 실수만으로도 대형 사고와 혼란이 초래될 수 있는 다"고 지적했다.
◆ "도로표지는 항상 잘 보여야"...법에도 명시된 관리 의무
사실 도로 이정표를 항상 잘 보이게 유지하고, 손상되면 신속히 보수해야 한다는 것은 단순한 상식 차원을 넘어, 현행법에도 분명히 명시돼 있다.
도로 관리 당국은 도로의 안전한 이용을 위해 필요한 곳에 이정표를 설치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책임이 있다.
국토교통부가 정한 도로표지 관련 지침 역시, 표지판은 항상 시인성과 판독성이 유지되도록 관리하고, 오염이나 훼손이 있을 경우 정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도로 이정표는 운전자 안전을 위한 ‘법적 안전망’이기도 하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수개월째 방치하는 것은, 법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의무조차 지키지 않는 셈이다.
제삼경인고속도로 관계자는 "예산을 확보하는 데로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라며 "올해안에 공사가 마무리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도로 이정표는 내비게이션의 보조수단이 아니라, 모든 운전자를 위한 ‘최후의 안전망’이다"라며 "인근 고속도로 등은 수십년이 지나도 멀쩡한데, 제3경인고속도로만 유독 방치되는 현실은 도로 관리의 일관성과 책임성에 심각한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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