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그룹, 오너家 부자(父子)간 경영권 다툼 ‘가시화’되나…KCGI도 가세

홍세기 기자 / 2023-06-09 15:00:42

[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DB그룹(옛 동부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가시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김준기 창업회장이 장남인 김남호 회장에게 지분을 증여하지 않고, 오히려 본인 지분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녀인 누나 김주원 부회장이 최근 그룹을 대표해 공식 행사에 등장하면서 김남호 회장과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김준기 창업회장의 지분율은 16%에 가깝고, 김주원 부회장의 지분을 합치면 25%에 달한다. 이는 김남호 회장의 지분 17%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DB그룹.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운용사인 KCGI는 DB하이텍을 상대로 거버넌스 선진화를 위한 주주 서한을 공개하면서 경영권을 둘러싼 대립에 불을 지피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핵심 계열사인 DB하이텍에 대한 DB지배구조가 취약해 경영권 분쟁에 휘말릴 경우 DB그룹 전체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DB그룹은 지난해 보험·금융·제조서비스 3개 그룹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각 그룹장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를 선임했다. 풍부한 경험을 갖춘 노련한 전문경영인을 그룹장으로 선임하고, 계열사에는 50대 젊은 CEO를 발탁하는 등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김남호 회장과 부친인 김준기 창업회장간 갈등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한 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김 창업회장이 지난 2021년 3월과 4월, DB와 DB하이텍의 상근 경영고문으로 각각 복귀했다. 지난해 말에는 DB김준기문화재단이 보유하고 있던 DB 보통주 864만주를 시간외매매로 대량 매입해 자신의 DB 지분율을 11.61%에서 15.91%로 늘려 김남호 회장 지분(16.83%)과의 격차는 1%포인트 이내로 좁혀졌다.


특히 김주원 DB 부회장의 지분 9.87%를 합치면 김 회장을 크게 앞지른다. 이에 업계에선 경영권 위협을 느낀 김 회장이 KCGI와 손잡고 대응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당시 DB측은 “오너 가족간 경영권 분쟁설은 터무니 없는 얘기다”라고 일축한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주원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 DB금융센터에서 도빈꽝 베트남 T&T그룹 부회장과 전략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베트남 사업에 본격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김 부회장은 그동안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만큼 DB그룹의 승계구도에 변화를 예고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이와 관련 DB그룹 측은 “베트남 T&T그룹 측에서도 부회장이 참석해 해외담당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주원 부회장이 나선 것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지난 3월 KCGI는 투자목적회사인 캐로피홀딩스를 통해 DB하이텍 지분 7.05%(312만8300주)를 매입했다. 당시 KCGI는 DB하이텍이 저평가됐다는 점과 물적분할 논란 등을 이유로 DB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KCGI가 ‘김 창업회장과 김 회장의 불화에 깊게 관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KCGI는 또 최근 DB하이텍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보내 “주주 협의 요청 과정을 통해 DB하이텍의 지배주주와 경영진이 주주와의 소통은 물론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지에 강한 의문을 품게 됐다”며 “주주서한 공개만이 거버넌스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라고 말했다.

KCGI는 지난 4월20일부터 3차례에 걸쳐 DB하이텍에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DB하이텍이 대면협의 일정을 무기한 연기해 주주서한을 공개하기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DB하이텍 측은 “준비할 자료가 방대해 시일이 걸리고 있다”며 “대면 협의 거부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KCGI가 DB하이텍에 보낸 주주서한을 공개하면서 DB그룹의 지주사 전환에 대한 압박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DB그룹은 KCGI의 바람대로 DB하이텍의 주가가 오르면 지주사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면서 자회사 주식가치가 총 자산의 50%를 넘는 기업은 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한다.

KCGI 측은 서한에서 “DB그룹은 지난해 김준기문화재단을 통해 DB하이텍 지분을 150억원어치를 매수했는데, 향후 경영권 분쟁에 대비해 지배주주를 지원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김준기 창업회장 퇴사와 김남호 회장의 책임경영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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