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시대, 게임흥행 변수는 '자동화 속도' 아닌 '갬성'
[HBN뉴스 = 이동훈 기자] 게임 산업 전반이 생성형 AI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넥슨이 ‘아크 레이더스’를 통해 경쟁사 크래프톤의 ‘AI 퍼스트’ 전략에 묘한 대비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AI를 전사 운영 체계의 중심에 두겠다고 선언한 크래프톤과 달리, 넥슨은 ‘어디까지 AI를 쓰고, 어디부터 인간의 영역으로 남길 것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먼저 던지며 차별화된 접근법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1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지난 10월 ‘AI First 기업’ 전환을 공식 선언하고, GPU 클러스터 구축에만 1000억 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에이전틱 AI(Agentic AI)’ 기반의 자동화를 통해 업무 프로세스, 게임 개발, 의사결정 전반을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AI를 문제 해결의 최우선 수단으로 삼고, 인적 자원은 더 높은 차원의 창의적 문제 해결에 집중하게 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다만, AI 활용이 전면화될수록 노동 및 창작 영역 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은 크래프톤이 넘어야 할 산이다.
넥슨의 선택은 결이 다르다. 대규모 선언 대신 실제 출시작에서의 제한적·동의 기반 AI 활용이라는 ‘실무형 실험’을 먼저 꺼내 들었다.
최근 ‘아크 레이더스’는 AI 음성 활용 논란에 휩싸였으나, 넥슨의 대응은 오히려 전략적이었다. 논란의 핵심을 ‘기술 도입 유무’가 아닌 ‘운용 방식의 묘미’로 돌렸기 때문이다. 넥슨은 AI 음성 적용에 있어 성우의 사전 동의와 정당한 계약 기반, 감정 연기가 필요 없는 오브젝트 안내 음성(TTS)에만 제한적 적용, 캐릭터 서사와 감정 연기는 100% 실제 성우 녹음 유지라는 세 가지 원칙을 고수했다.
이는 생성형 AI를 인간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트렌디한 감성, 소위 '갬성'을 보조하는 도구로 규정한 시도다.
특히 서구권 이용자들이 AI 활용에 민감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넥슨은 기술력 과시보다 ‘AI 활용의 가이드라인’을 먼저 시장에 각인시킨 셈이다.
크래프톤이 AI를 통해 얼마나 빠르게 많이 자동화할 것인가를 보여줬다면, 넥슨은 어디까지를 인간의 성역으로 남겨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시장 한복판에 던졌다.
넥슨의 사례는 AI를 ‘얼마나’ 쓰느냐보다 이용자와 창작자를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향후 흥행의 변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의 ‘AI 퍼스트’ 전략은 이미 수조 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진 기존 AI 시장에서,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하는 선택인 반면 넥슨의 ‘아크 레이더스’는 AI 시대의 게임이 지켜야 할 윤리적·감성적 기준선을 어디에 두고 재미를 추구할 것인지부터 설정해보는 보다 실용적인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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