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4000건 ‘나홀로 수술’, 사실상 ‘대리수술’ 의심…시민단체 뿔났다

이필선 기자 / 2024-10-02 17:16:05
심평원 청구 수 십억원…자칫 혈세 낭비

[하비엔뉴스 = 이필선 기자] 국내 유명 병원의 의사 한 명이 1년간 4000건가량의 수술을 진행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희승 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9~2024년 상반기 사이 주 상병 의료인별 인공관절 치환술 등 상위 10순위 청구 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박희승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의사 한 명이 1년간 4000건의 인공관절 치환술 등을 집도하며 수 십억원 이상을 청구했다. 이는 1주일 중 하루만 쉰다고 하더라도, 의사 한 명이 하루평균 13건의 수술을 진행한 것으로, 사실상 대리수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2일 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의사협회에 공개질의서를 제출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2일 오후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면허 의료행위 해당 여부에 관한 의견 요청 ▲무면허 의료행위 의료기관에 고발 관련 등 공개질의서를 의협에 제출했다.

 

이날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11월 부산의 한 관절·척추병원에서 의료기기 영업사원 등이 대리수술에 가담한 사건과 연루된 회원을 상임이사회 서면결의를 거쳐 중앙윤리위원회에 징계 심의를 부의하고, 문제의 회원과 의료기사 등에 대해 대검찰청에 고발할 것을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앞서 지난달 4일에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대리·유령수술은 중대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법원과 검찰은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보특법)’을 적용해 면허취소와 자격정지 등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또 같은 달 10일에도 대리수술·유령수술 혐의와 관련 첫 재판 앞둔 서울 서초구 Y 병원에 대해 ‘보특법’ 적용과 함께 엄벌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공익감시민권회의, 국민연대, 기업윤리경영을 위한 시민단체협의회 등 다수의 시민사회단체가 참가해 “이번 사안에 대해 의협이 직접 나서 일부 회원의 불법적·비윤리적 행위에 대해 엄중히 처벌하고, 의협 회원의 명예를 지켜나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개질의서를 통해 ▲간호조무사인 영업사원이 환자들의 수술 과정에 환부를 벌려 고정하는 행위 ▲간호조무사인 영업사원이 석션기를 이용해 환부의 피를 제거하는 행위 ▲간호조무사인 영업사원이 의료용 드릴을 이용해 환부에 구멍을 뚫고 의료용 핀을 박을 위치에 핀을 미리 꽂아 놓는 행위 등에 대해 명확한 의견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시민단체들은 또 “Y 병원을 옹호하기 위해 부적절한 해석으로 논란을 가중시킨 정형외과학회 법제위원장의 의견서는 스스로 정형외과 영역에서 불법 무자격 의료행위를 관행적으로 행하고 있음을 자인한 것으로, 단체 차원에서 별도로 고발조치할 예정이다”라며 “Y 병원에 문제의 의견서를 제공한 배경에 대해 스스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의 Y 병원은 경찰 및 검찰의 수사를 통해 혐의를 확인했고, 병원장과 소속 정형외과 의사 4명, 간호조무사 1명, 의료기기 영업사원 4명 등 총 10명을 기소해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며 “Y 병원의 무면허 의료행위와 유령수술에 대해 협회는 그 어떠한 고발 및 징계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박희승 의원실]

 

한편 박희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A 의사의 경우 ▲2019년 4016건 ▲2020년 3633건 ▲2021년 3486건 ▲2022년 3123건 ▲2023년 2940건 ▲2024년 상반기까지 1384건(총 사용량 실시 횟수 기준)을 집도했다.

 

지난 2019년을 기준으로 보면, 1년에 토요일(52일)과 일요일(52일), 설과 추석 등 공휴일(13일) 등을 제외하면 업무일은 248일로, 하루에 최소 16건의 수술을 진행한 셈이다. 만약 일요일만 휴업을 했다고 가정해도 하루에 13건의 수술을 집도한 것이다. 

 

박희승 의원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수술 건수를 볼 때, 진료기록부상에는 자신을 집도의로 기재하고 실제로는 다른 사람이 수술하는 이른바 대리·유령수술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리·유령수술은 적발돼도 최종 판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과 면허 취소 후에도 재교부될 수 있어 이같은 불법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기재하거나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고도 건강보험공단에 요양 급여비를 청구해 비용을 받았다면 이는 환수가 가능하다”며 “혐의가 밝혀진 대리수술 의사들에게 지급된 보험료가 제대로 환수되고 있는 지 살펴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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