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정 스님, "그 모든 넋을 생각하며 목탁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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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N뉴스 = 이정우 기자] 한 사람의 기도는 작을 수 있다. 그러나 평생을 바쳐 쌓아온 수행자의 간절함은 때로 시대의 마음을 흔든다. 올해 일흔의 길에 들어선 묘심 종정에게 이번 ‘한반도 평화 위령탑 천일기도’는 단순한 불사가 아니다. 그것은 출가 이후 수십 년 동안 가슴 깊이 품어온 서원이자, 생의 마지막까지 붙들고 가려는 간절한 발원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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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심 종정 스님은 오랜 세월 수행자의 길을 걸어오며 수많은 중생의 아픔을 마주해 왔다. 시대는 변했고 세상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인간의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갈등은 더욱 첨예해졌고,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기보다 등을 돌리는 일에 익숙해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스님은 오래전부터 한 가지 생각을 품어왔다고 한다. “전쟁은 끝났는데, 왜 사람들의 마음은 아직도 전쟁 속에 머물러 있는가.” 한반도는 반만년 역사 속에서 수많은 침탈과 전쟁을 겪었다. 외세의 침략 속에 수많은 백성이 목숨을 잃었고, 6·25전쟁은 같은 민족끼리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비극을 남겼다. 그러나 스님은 그보다 더 깊은 상처가 있다고 말한다.
“총탄의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문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풀어주지 않으면 세대를 넘어 이어진다.” 묘심 종정이 천일기도를 시작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시대의 상처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특히 칠순의 나이에 들어선 수행자에게 천일이라는 시간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하루하루 몸은 예전 같지 않고, 긴 수행의 시간은 육신에 적지 않은 무게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종정 스님은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소임이라 생각한다”며 기도를 이어가고 있다. 스님에게 이번 기도는 단순한 의례가 아니다. 억울하게 유명을 달리한 영혼들을 위한 참회이자, 살아 있는 이들을 위한 간절한 호소다.
전쟁으로 가족을 잃고 이름 없이 사라져간 이들, 분단 속에서 평생 고향을 그리워하다 눈을 감은 이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의 전쟁 속에서 삶을 잃어가는 사람들까지. 종정 스님은 그 모든 넋을 생각하며 목탁을 잡는다고 한다.
“죽은 이를 위로하지 못하는 시대는 산 자 또한 평안할 수 없다.” 이 말에는 긴 수행 끝에 얻은 깊은 자비의 마음이 담겨 있다. 단지 특정 국가나 민족만의 고통이 아니라, 인간 존재 전체의 아픔을 품으려는 마음이다.
그래서 이번 천일기도는 종교의 경계를 넘어선다. 불자만의 기도가 아니라, 평화를 바라는 모든 이들의 마음이 함께 모여야 한다는 것이 종정 스님의 뜻이다.
묘심 종정은 가까운 이들에게 자주 이런 말을 전한다고 한다. “내 기도가 부족하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라도 모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 말 속에는 한 수행자의 겸허함과 동시에 절박함이 함께 담겨 있다. 혼자의 힘으로는 부족할 수 있기에, 더 많은 이들이 서로의 아픔을 함께 바라보고 마음을 모아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실제 종정 스님은 위령탑이 세워지는 날을 단순한 완공의 순간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날이야말로 서로 다른 생각과 세대, 종교와 이념을 넘어 사람들이 함께 평화를 다짐하는 새로운 시작이 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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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빙의 저자 묘심 종정 [출처/세계경제TV 방송화면 캡쳐] |
오늘날 세계는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중동의 참혹한 충돌은 인간의 탐욕과 증오가 얼마나 큰 비극을 낳는지를 보여준다. 폐허가 된 거리에서 울부짖는 아이들의 모습은 전쟁이 결코 과거의 일이 아님을 일깨운다. 한반도 역시 여전히 분단의 현실 속에 놓여 있다. 언제든 갈등이 폭발할 수 있는 긴장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누구보다 평화의 소중함을 절실히 알아야 하는 민족이다.
묘심 종정은 “지금 기도하지 않으면, 후손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남기게 될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래서 스님은 남은 생의 시간을 이 발원에 바치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 정진을 이어가고 있다.
기도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간절한 기도는 반드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리고 움직인 마음은 또 다른 마음을 깨우고, 결국 시대를 바꾸는 힘으로 이어진다. 묘심 종정이 바라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누군가를 미워하기보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 갈등보다 화해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전쟁 없는 세상을 다음 세대에 남겨주고자 하는 간절한 뜻이다.
천일의 시간은 짧지 않다. 그러나 천년의 상처를 씻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그 긴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칠순의 수행자가 울리는 목탁 소리도 그의 간절함을 오롯이 담겨 오늘도 새벽 산사에 울려 퍼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 소리는 단지 불경의 리듬이 아니라, 이 시대를 향한 간절한 호소이자 종정의 스승은 묘심을 향해 '60이 넘어서는 목탁을 두드리지 말아라' 하셨던 스승의 간절 함도 뒤로 한 '한반도 평화 위령탑 발원' 이 미래를 향한 묘심 종정의 마지막 서원이다.
그리고 지금, 그 간절함은 우리 모두에게 조용히 묻고 있다. “당신은 과연 평화를 위해 무엇을 남기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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