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수행의 도량으로 삼아 정진과 나눔의 길을 열다
사랑하는 불자 여러분,
계절은 어느덧 가을로 깊어가고, 이제 우리는 민족의 큰 명절인 추석(秋夕)연휴를 불과 열흘 남짖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과거부터 추석은 단순한 명절이 아니라, 우리 조상님들의 은혜를 기리고, 나눔과 풍요를 함께 나누는 소중한 인연의 자리입니다.
불가에서 말하는 인연(因緣)과 감사(感謝)의 실천은 바로 이 추석이라는 절기를 통해 더욱 뚜렷이 드러납니다.
불가의 가르침 가운데 "一切唯心造(일체유심조)"라 하여,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 |
△사진=대한불교 성불조계종 법담 종정 |
또한 추석은 조상님들의 은덕을 되새기는 날입니다. 불가에서는 “은혜를 알면 보살이요, 은혜를 모르면 중생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늘의 우리가 있음은 곧 부모와 조상님들의 삶과 희생, 그리고 그분들이 지켜온 전통 위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추석은 단순한 제례의 자리가 아니라, “나의 존재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를 되돌아보고, 감사와 효행으로 보답하는 수행의 자리라 할 수 있습니다.
불교에서의 효(孝)는 단지 제례를 드리는 의식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살아 계신 부모님께는 효심으로 봉양하고, 이미 떠나신 조상님들께는 정성을 다해 추모하며, 나아가 모든 중생을 부모와 같이 여기고 자비를 베푸는 데에 있습니다. 추석이라는 명절은 그 가르침을 몸소 실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가까운 이웃을 돌아보고, 소외된 이들에게 따뜻한 한 끼를 나누어주는 것 또한 추석의 진정한 불공이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불자 여러분,
가을 하늘은 높고 곡식은 익어가며, 모든 것이 충만한 이 계절은 우리에게 큰 깨달음을 줍니다. 부처님께서는 항상 말씀하셨습니다. “가득 찬 달은 차츰 이지러지고, 이지러진 달은 다시 차오른다.” 인생 또한 그러하여, 풍요의 때가 있으면 곤궁의 때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변하는 세상 속에서 불변의 진리를 붙들고, 감사와 자비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추석의 둥근 보름달은 원만(圓滿)을 상징합니다. 그 둥근 빛을 바라보며 우리는 각자의 마음을 돌아보고, 불완전한 나를 넘어 원만한 삶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야 합니다. 달은 만물을 차별 없이 비추듯, 우리 또한 자비와 나눔의 마음으로 모든 이웃을 보듬어야 할 것입니다.
이 추석, 불자 여러분께 당부드립니다. ▷첫째, 가족과 함께 모여 감사의 인사를 나누십시오. ▷둘째, 조상님의 은혜를 기리고 그 뜻을 이어가십시오. ▷셋째, 이웃과 나누며 자비의 실천을 잊지 마십시오.
추석은 단순히 먹고 즐기는 날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도량(道場)”입니다. 풍요로움을 나누고, 은혜를 기억하며, 자비의 실천으로 하루하루를 채워간다면 우리의 명절은 곧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 살아 있는 수행의 장이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불자 여러분, 올 추석, 모두의 가정에 부처님의 가피가 충만하여, 마음은 평온하고, 생활은 넉넉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빛이 되는 명절이 되기를 발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법담 종정 스님 합장
[ⓒ HBN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