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웰스토리 "직원 밥 잘 챙긴게 죄?"...'무조건 싸면' 공정경쟁인가

이동훈 기자 / 2025-05-27 10:43:53
글로벌 급식시장 '품질·위생·친환경·지역 특산물' 반영 등 트렌드
수사에 고객 불만 조사해 참조하는 등 공정경쟁 시각 일부 바뀌어야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삼성웰스토리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법정과 사회적 논쟁의 중심에 섰다. 이 사건은 ‘직원 밥 잘 챙긴 게 죄냐’는 항변과 ‘무조건 싸게 공급하는 게 공정경쟁이냐’는 반론이 첨예하게 맞서는, 우리 사회의 기업 복지와 보수적인 시장 원칙이 충돌하는 대표적 사례로 지목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한성진)는 지난 23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15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웰스토리가 삼성그룹 계열사의 단체급식 사업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2조 원대 매출과 수천억 원대 이익을 올렸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는 주요 계열사가 급식 일감을 공개경쟁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삼성웰스토리에 몰아줌으로써 외부 경쟁업체의 시장 진입 기회가 사실상 차단했고, 식재료비 마진 보장, 위탁수수료 지급, 물가·임금 인상률 자동 반영 등으로 동종업계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이익률을 올렸다고 보고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공정위는 지난 2021년 삼성웰스토리에 계열사 급식 물량을 부당하게 몰아줬다는 혐의로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 2349억 원을 부과했다. 삼성웰스토리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웰스토리 [사진=삼성웰스토리 홈페이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5번째 공판 당일 삼성웰스토리 조리R&D센터 A 그룹장은 재판장에서 “삼성웰스토리는 가격에 걸맞은 고품질 급식을 제공했다”고 맞섰다.

A 그룹장은 의료기기사업부와 급식 계약 협상 당시 식단가를 8600원과 6500원 두 가지로 제시했고, 최종적으로 6193원까지 낮춰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경쟁 입찰(비딩) 가능성 때문에 가격을 내린 것 아니냐”고 묻자 “비딩을 의식한 적 없고, 품질에 맞는 가격을 제시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검찰은 신세계푸드가 더 낮은 5116원을 제안했다며 경쟁 배제 의혹을 재차 제기했다. 이에 대해 A 그룹장은 “가격 차이만큼 품질도 다르다”며, 삼성웰스토리가 정당한 대가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는) 급식 품질을 까다롭게 검증하는 사업장”이라며, 대규모 식수와 오랜 운영 노하우가 높은 이익률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신세계푸드가 패밀리홀 급식을 맡았으나 적자를 기록한 점도 언급됐다.

A 그룹장은 “운영 노하우 없이 단순히 식수만으로 이익을 예측할 수 없다”며, “급식은 맞춰야 할 기준이 많다”고 덧붙였다.

◆ “싸움 끝에 지킨 한 끼의 품질”…삼성웰스토리 직원 고군분투

A 그룹장의 발언은 과거 삼성웰스토리 직원들이 급식 품질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던 증언과도 궤적을 같이 한다. 한 직원은 “식단가 구조가 오히려 우리에게 불리했다”며, “급식 품질 개선 TF에서 더 나은 한 끼를 위해 부딪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삼성웰스토리는 자체 전담팀을 운영해 고객 불만사항을 접수하고, 이를 신속하게 반영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5년에는 중앙대학교 308관(블루미르홀 1) 식당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제기되자, 메뉴 제공 횟수를 늘리고 식당 내 비치된 소통 노트를 수시로 확인하는 등 학생 만족도 제고를 위한 정책을 시행했다.

삼성웰스토리는 2018년부터 '월드 셰프 프로모션'을 도입해 세계 각국의 셰프를 각 사업장에 초청, 현지의 다양한 맛을 제공하는 등 서비스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 공정경쟁은 최저가 경쟁인가

사실 단체 급식은 특성상 많은 이용객의 취향을 모두 만족시키기는 어려워 일부 불만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에 글로벌 단체 급식시장은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품질, 위생, 공정성, 지역경제 기여 등 다양한 기준을 반영한 새로운 경쟁 질서가 요구되는 트렌드로 바뀌는 추세이다.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은 건강한 식단, 유기농·식물성·저칼로리 메뉴 등 품질과 영양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급식업체들은 식재료의 투명성, 영양 정보 제공, 맞춤형 메뉴 등 품질 중심의 서비스를 강화하는 추세이다.

친환경 포장, 지역 농산물 사용, 탄소중립·제로웨이스트 등 지속가능성과 윤리적 소비도 중요한 경쟁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역경제 기여와 책임 있는 공급망 관리 역시 주요 평가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지역 특산물 활용, 현지화된 메뉴 개발 등 지역경제와 연계된 서비스가 늘고 있으며, 기업 고객의 직원 만족도와 복지 차원에서 맞춤형 급식 솔루션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웰스토리도 식재료 안전등급 관리, 위생 교육, 생산설비 등 업계 최고 수준의 품질·위생 시스템을 갖췄다고 강조한다. 삼성전자 임직원들도 대체로 급식 품질에 만족한다는 평가가 많다.

삼성웰스토리 사례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급식시장 전반을 바라보는 구조적 모순을 드러낸다. 대기업 계열사가 시장을 독점하면 지역 중소업체는 입찰 기회조차 얻기 어렵고, 소비자(직원) 입장에서도 ‘최적의 가격과 품질’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가격만으로 낙찰하는 구조가 아니라, 품질·위생·지역경제 기여도 등 다양한 요소를 평가하는 다각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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