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전 금호회장 횡령·배임 사건 대법원으로

이동훈 기자 / 2025-09-26 11:58:40
법리적 쟁점 “정상적 금융거래냐, 사익편취냐”
대법원 판단에 향후 계열사 부당지원 기준 갈려

[HBN뉴스 = 이동훈 기자]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건이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검찰이 2심의 집행유예 판결에 불복한 가운데, 이번 사건은 단순한 형량을 넘어 총수 일가의 계열사 지원을 어디까지 사익편취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기준을 대법원이 가르게 될 것이란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전날 박 전 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 사건을 심리한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김종호)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박 전 회장은 자신이 주식 100%를 보유한 특수목적법인(SPC)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을 만들어 그룹 지주사이자 아시아나항공 모회사였던 금호산업 지분을 인수하려 하고, 이 과정에서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2021년 5월 구속기소됐다.

2015년 12월 금호터미널 등 계열사 4곳의 자금 3300억원을 인출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산업 주식 인수 대금에 쓴 혐의, 이듬해 4월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던 금호터미널 주식 100%를 금호기업에 저가 매각한 혐의를 받는다.

2016년 12월 스위스 게이트 그룹에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1333억원에 저가 매각하고, 그 대가로 게이트 그룹이 금호기업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1600억원어치를 무이자 인수하도록 거래한 혐의도 있다.

이에 2022년 8월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는 예외적으로 검찰 구형량과 같은 징역 10년형을 선고했다. 통상 횡령 범죄의 경우 피해를 회복할 경우 집행유예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로 인한 피해를 회복하기 어려울 경우 중형이 선고될 수 있다.

실제 1심 재판부도 “(박 전 회장이) 금호그룹을 위한 것이라고 하면서 피고인과 가족의 그룹 지배권 회복을 목적으로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그룹 재건 계획을 시행하며 회사와 국가에 손실을 일으켰다”며 “피해 대부분이 회복되지 않았고 피고인이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들의 지배권을 상실해 피해를 회복할 기회가 사실상 봉쇄된 점” 등을 중형 선고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해당 혐의를 전부 무죄로 판단하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금호산업 인수자금 지원, 금호터미널 저가 매각,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업권 저가 양도 혐의에 대해 “정상적 자산유동화 구조 속 거래였고 담보와 변제계획이 존재했다”며 불법영득의사와 손해 발생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다만 계열사 간 자금거래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와 관련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검찰은 다음날 상고장을 제출, 박 전 회장 사건은 대법원의 최종 심리를 받게 됐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번 사건을 단순한 개인의 혐의가 아닌 재벌 지배구조 전반에 관한 법리 확립의 문제로 보고 대법원까지 끌고 간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이 박 전 회장 사건에 대한 2심 판결을 확정할 경우, 총수 일가의 계열사 지원을 통한 지배력 강화가 ‘정상적 금융거래’라는 틀 안에서 폭넓게 허용될 수 있다. 반대로 파기환송 시에는 사익편취·불공정 지원에 대한 사법적 잣대가 대폭 강화돼, 재벌 경영 관행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계열사 자금을 어디까지 동원할 수 있는지를 가르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대법원이 어떤 법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향후 재벌 지배구조 사건의 판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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