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광물 수급 차질시 반도체·방산 영향
[HBN뉴스 = 이동훈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간 경영권 분쟁이 1년을 넘어선 가운데 다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단순한 지분 다툼을 넘어 한국 비철금속 산업의 향방과 글로벌 전략광물 공급망 안정성까지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 전반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3월 예정된 정기 주총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현재 이사회는 고려아연 측 11명 대 MBK·영풍 연합 측 4명으로 여전히 최윤범 회장 체제가 우세하지만, 구조적으로 연합 측의 입지가 점차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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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사진=고려아연] |
내년 주총에서 최 회장을 포함한 6명의 이사 임기가 만료되면서 후임 인선을 둘러싼 표 대결이 불가피하다. 집중투표제가 적용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연합 측이 과반 확보를 노릴 수 있는 구도가 형성돼, 고려아연 측 역시 방어 전략 마련에 고심을 거듭하는 분위기다.
고려아연은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반기 매출을 기록하며 102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또 방미 경제사절단에 합류해 미국 록히드마틴과 전략광물 게르마늄 장기 공급 MOU를 체결,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 ‘탈중국’ 핵심 파트너로 부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한 기업의 성과를 넘어 국가 경제안보와 직결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사외이사 의장제, 집중투표제, 전원 사외이사 위원회 등 제도를 도입하며 투명성 제고에 나섰다. 자사주 소각도 약속대로 이행하며, ’친주주 기업‘ 이미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반면 영풍은 최근 몇 년간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으며, 석포제련소 환경 관련 이슈와 진행 중인 재판 등으로 부담을 안고 있다. 또한 지난해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을 상대로 M&A를 추진한 이후, 양측은 법적 다툼을 이어오고 있으며 현재까지 20여 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파트너인 MBK는 홈플러스 매각 논란 등 사회적 논란에 휘말린 사례가 있었으며, 이로 인해 최근 영풍과의 공조 과정에서도 도덕적 책임에 대한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갈등이 단순한 양사 내부 문제를 넘어, 주주·시장 신뢰 전반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 더 큰 부담이다. 실제로 분쟁 과정에서 불필요한 비용 지출과 재무구조 악화가 불거지면서 투자자들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지속적인 법적 공방은 기업가치뿐 아니라 국가 전략광물 공급망 신뢰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고려아연은 세계 최대 아연·연 제련사로서 영풍과 함께 한국 비철금속 산업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어, 경영권 향방이 산업 전반의 안정성과 직결된다.
특히 게르마늄·인듐·안티모니 등 전략광물은 반도체, 방산, 재생에너지 등 글로벌 첨단산업 공급망의 필수 소재로 활용되기 때문에,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은 국제적 수급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고려아연과 영풍·MBK 간 갈등은 단순한 기업 간 분쟁을 넘어 한국의 국가 안보와 경제 전략, 더 나아가 글로벌 공급망 신뢰성에도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
업계 전문가는 “이제는 법정 공방이 아니라, 실질적 경쟁력 강화와 시장 신뢰 확보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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