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리스크로 번지자 다툼 여지 차단 시각도 존재
업계 일각 "하루 만에 불가능, 사전 검토 했을 것"
[HBN뉴스 = 이동훈 기자] 게임 사용자 단체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를 접수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넥슨이 전액 환불이라는 조치를 꺼냈다. 모바일 게임 ‘메이플 키우기’를 둘러싼 확률 오류 논란이 행정·사법 리스크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넥슨이 더 이상의 대응 여지를 남기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전날 메이플 키우기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서비스 개시 이후 결제된 모든 상품에 대해 전액 환불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환불 대상은 지난해 11월 6일 서비스 시작 시점부터 전액 환불 공지 게시 시점까지 결제된 전 상품이며, 기존에 약속했던 인게임 보상도 그대로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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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슨 [사진=연합뉴스] |
이번 조치는 한국게임이용자협회가 넥슨을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고,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이용자 피해 구제를 신청한 직후 나왔다. 확률형 시스템 운영을 둘러싼 문제가 행정 판단과 제재 가능성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 현실화되자, 넥슨이 분쟁 국면으로의 진입 자체를 차단하는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논란의 발단은 유료 재화를 사용해 캐릭터 능력치를 무작위로 재설정하는 과정에서 확률 범위가 코드상 ‘이하’가 아닌 ‘미만’으로 설정된 오류였다. 넥슨은 해당 오류를 인지한 뒤 이용자에게 별도 고지 없이 수정 패치를 진행했고,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용자 반발이 급속히 확산됐다.
이번 사안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넥슨이 과거에도 확률형 아이템 문제로 공정위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넥슨은 2021년 ‘메이플스토리’ 큐브 확률 조작 사건과 관련해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며, 해당 사건은 아직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전액 환불이라는 조치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통상적인 운영 오류나 확률 논란의 경우, 제한적 보상이나 선택적 환불에 그치는 사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공정위 신고 접수 하루 만에 전액 환불이라는 최고 수준의 보상안을 제시한 것은, 사실상 다툼의 여지를 남기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액 환불 결정 이후 게임이용자협회는 공정위에 제출한 전자상거래법 위반 신고와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신청한 이용자 피해 구제 절차를 모두 취하했다.
이철우 게임이용자협회장(변호사)은 “기업이 스스로 책임을 인정하고 부담함으로써 법적 분쟁으로 나아가지 않고 소비자들의 권리를 신속하게 구제한 긍정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반면 협회의 액션 이전에 이미 내부적으로 보상안이 확정되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액 환불은 매출 증발 뿐만 아니라 이미 지급된 마켓 수수료와 환불 프로세스 구축 등 천문학적인 비용과 행정력이 투입되는 사안”이라며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상 이러한 무거운 결정을 외부 신고가 들어온 지 단 하루 만에 부랴부랴 내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짚었다.
실제로 지난 26일, 강대현·김정욱 넥슨 공동 대표 명의의 사과문에 주목하는 이들도 많다. 당시 두 대표는 “메이플 키우기 담당 책임자에게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해고를 포함한 모든 징계 조치를 다 하겠다”며 “전체 유저분들께 신뢰보상을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때 전액 환불을 염두에 뒀다고 보고 있다.
한 게임 업계 전문가는 “당시 사과문 발표 시점부터 이미 내부에서는 단순 아이템 보상을 넘어선 파격적인 구제책이 검토되고 있었을 것”이라며 “신고 시점과 공지 시점이 겹친 것은 우연의 일치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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