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卽說-②] 묘심 종정, “부모 공경·효도하는 길만이 큰 복 짓는 길”

편집국 / 2024-08-26 10:24:54

[하비엔뉴스 = 편집국] 우리가 살아 가는 일상 속에서 처음 보는 누군가를 어디서 본 듯 한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해명할 수 없는 신비하고 초자연적으로, 영화 <파묘>의 인기와 더불어 지난 2002년 출간된 <빙의>가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당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빙의>는 한국불교법성종의 큰스님인 묘심(妙心) 종정이 바라본 K-컬쳐의 주역으로 ‘오컬트’를 이미 오래 전에 내다 봤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다음은 묘심(妙心) 종정의 지면(紙面) 설법을 연재한다.  

 

AI시대에도 AI가 미래를 알려주고, 내 업보를 대신 짊어져 주진 않기에 수 많은 중생들이 현세를 살아내기 위해 북한산 보현봉의 기운이 고스란히 내려앉은 이곳 자비정사를 찾는다. 

 

과학문명이라는 미명 하에 샤머니즘으로 치부되어 온 영역이 ‘오컬트라는 신비하고도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납량특집으로 등골이 오싹한 괴담을 즐겨찾는 것은 이제 식상화된 지 오래다.

 

 국립공원공단은 지난 2023년 5월 서울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자비정사를 비롯한 5개 필지를 공원문화유산지구로 지정했다.

 

사람들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새로운 쾌감을 동경한다. 하여 영화 <파묘>에도 “겁나 험한 것이 나왔다”라며 조상의 묘를 파묘 이장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불안한 미래와 자손의 복록을 부모와 조상을 잘 모시는 데서 찾으려는 현대인들의 마음의 표출이 아닐까.

 

효(孝)란 살아계신 부모와 죽은 조상을 섬기는 예법을 뜻한다. 

 

불교에서는 왼쪽 어깨에 아버지를, 오른쪽 어깨에 어머니를 모시어 어깨뼈가 닳아 없어지도록 백천 만년 동안 수미산을 돌고 돌아도 부모의 은혜를 만분의 일도 갚지 못한다 하여 부모를 공경하고 효도하는 길만이 큰 복을 짓는 길이라고 했다.

 

그래서 음력 7월15일 백중재일에 돌아간 부모형제와 조상의 영혼을 극락으로 천도하는 극진한 의식을 올린다. 

 

부처의 제자인 목련존자의 어머니가 죄를 짓고 죽어 아귀도에 떨어져 개형상을 하고 고통받고 있었다. 목련존자가 시방대덕에게 불공을 드린 후 어머니의 영혼을 지옥에서 구제한 일을 기린 데서 유래한 불교의 4대 명절 가운데 하나가 백중재일이다. 

 

이날 자신이 지은 허물과 죄업을 참회하고, 정성껏 예를 갖춰 재를 올리면 그 공덕으로 전생 일곱생 동안의 부모와 현세의 부모가 모든 고통과 액난에서 벗어나게 된다.

 

우리가 만나는 각양각색의 존재는 예외없이 저 먼 과거생으로부터 인연 지어진 중생들이며, 그 영혼들의 천도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커다란 공덕의 문이다. 

 

영혼을 향한 참회와 공덕의 마음으로 끊임없는 기도를 통해 부모를 천도하여, 악도로 추락하는 과보에서 탈피토록 해야 마땅하며, 허공계를 한없이 방황하며 제 갈 길을 모르는 고혼들을 천도하기 위해 지극 정성을 기울여야 제대로 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후손들이 우매하여 돌아간 영혼을 올바로 모시지 못하면 이유가 불분명한 정신질환 또는 지독한 육체질환을 일으켜 지속적인 고통 속에 힘든 삶을 살아가곤 한다. 이 때 허기지고 고달픈 영혼들이 유독 특정인의 자손에게 침투하여 해를 입힌다. 그리고 그 해는 대를 이어 특정인이 죽어도 그의 친인척, 때론 연인에게 끈질지게 들러붙어 악연을 이어간다.

 

조상의 묘를 잘 보살피는 것도 고혼을 위한 자손들의 정성이며 결국 그 자신이 복을 누리는 길인 것을 일찍 깨우치기는 쉽지 않다. 하여 우란분절이 다가올 무렵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

 

평범한 40대 중반 회사원 김씨가 느닷없이 전신마비 증세에 시달리게 됐다. 전 재산을 털어 치료에 나섰으나 병세는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고등학생 아들마저 급작스런 교통사고로 험하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어느 날 법당 안으로 흐느적 흐느적 기어 들어오는 그를 보는 순간 묘혈을 막 헤치고 나온 험한 악령의 그림자가 그를 짓누르는 형상이 투시되는 것이었다. 검은 물을 흠뻑 뒤집어 쓴 악령은 김씨의 머리부터 목을 타고 내려와 등줄기에 딱 붙어 거머리처럼 그의 혈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조롱하듯 필자를 노려보는 악령을 향해 강한 어조로 “누구냐”라고 묻자 검은 그림자는 김씨의 몸 안으로 쑤욱 들어가 숨어버렸다. 

 

역시 조상을 잘못 섬긴 탓이었다. 길일을 택해 김씨 조상의 묘를 이장하던 날, 김씨와 가족은 혼비백산하고 말았다. 작고한지 20년이 지난 아버지의 시신이 생전 모습 그대로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무덤 속에는 검은 물까지 가득차 있었고, 숨을 쉬기도 힘들 악취에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 

 

이장을 마친 후 지극정성으로 천도재를 올리고 구병시식을 치렀다. 구병시식을 거행하는 동안 김씨는 온몸을 부르르 떨고 사지를 흔들며 연신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붉은 팥이 부스러질만큼 세고 거센 원념을 지닌 악령은 스르르 김씨의 몸을 빠져 나와 천도되어 밝은 빛을 따라 갔다. 그 때부터 김씨는 다시금 건강한 몸으로 되찾았다. 

 

해마다 백중재일 전후로 필자는 천도되지 못한 조상과 인연영가에 의해 고통받은 이들의 밤낮 없는 부르짖음을 듣곤 한다. 자손에게 빙의된 지 오래된 영가는 좀처럼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이 때는 한 두 번의 천도재와 구병시식으로는 결코 그 원혼을 달래지 못한다. 

 

누구나 여러 인연에 의해 부모가 되고 자식이 된다. 또한 형제자매가 될 수도 있다. 부처님은 망자의 천도를 봉행하는 효를 세간의 효와 구분하여 ‘출세간의 효’라고 했다.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천도재의 공덕은 생자에게 70%가 주어지고, 망자는 30%의 공덕만으로 원하는 바를 얻게 마련이다. 부모 조상의 영령과 허공계를 떠도는 무주 고혼을 위한 감사의 천도재는 결국 스스로 복을 누리는 길이라고 할 것이다.

 

배금주의가 팽배한 현대인에게 나를 위해 내 조상을 잘 모시는 것을 권하는 것은 후세를 살아갈 미래세대를 위한 가장 큰 선물이다.

 

※ 북한산 한국불교 법성종 자비정사 종정 묘심. 필명 : 묘심화. 본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본지 편집 방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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