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화도 가시밭길, 6.3 대선후 대응이 골든타임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한국 철강업계가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했다. 이미 중국발 공급과잉과 국내외 건설경기 침체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된 상황에서,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현행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하겠다 예고하면서 업계는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형국이다.
![]() |
미국의 '관세폭탄'조치로 국내 철강업계가 커다란 위기에 빠졌다. [사진=연합뉴스] |
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서울 철강협회에서 철강 및 비철금속 업계와 미국 관세 추가 인상 관련 긴급 점검 회의를 열었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 제품에 부과하고 있는 25%의 관세율을 오는 6월 4일부터 50%로 두배 높이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서다.
2024년 기준으로 미국은 한국 철강 수출의 9%를 차지하는 시장이다. 포스코의 미국 매출 비중은 전체의 약 2%, 현대제철은 3~4% 수준이며, 세아베스틸지주는 3~3.5%, 동국제강은 1%, 세아제강은 30%에 달한다.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은 경기침체와 중국산 저가재 범람에 따른 공급과잉, 건설·제조업 수요 부진이 겹치면서 이미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2024년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6.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43.5%나 줄었다.
여기에 미국의 추가 관세가 실행되면, 한국 철강의 가격경쟁력은 더욱 약화되고 미국 수출은 사실상 고사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올해 1~4월 대미 수출은 이미 10.2% 감소했으며, 관세 인상 효과는 앞으로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 해법은 현지화? 넘어야 할 난관 '첩첩산중'
이에 철강업계는 미국 현지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제철은 미국 US스틸을 인수해 현지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인도 등 신흥시장에 거점을 구축하는 등 글로벌 현지화 전략으로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8조 원 규모의 자동차 강판 특화 전기로 제철소를 공동 건설하기로 결정하는 등 현지 생산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 공장은 2029년 상업적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지 생산은 관세 회피와 공급망 안정, 미국 내 수요 대응이라는 점에서 효과적인 해법으로 꼽힌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와 시간, 현지 인력·노조와의 협상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업계는 미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동남아, 인도,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개척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지역은 경제성장률이 높고 산업화가 진행 중이어서, 맞춤형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 동시에 친환경 철강, 수소환원제철 등 혁신 기술 투자로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관세 강경책, 미국도 지속 어려울 것” 전망도
일각에서는 미국도 중국·캐나다·유럽 등과의 무역갈등이 심화되고, 경기침체 위험이 커질 경우 내년 중간선거 이후에는 강경한 보호무역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도 높은 관세가 자국 제조업과 소비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당분간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 강화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한국 철강업계의 고통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신속한 외교 협상과 정보 공유, 업계와의 원팀 대응으로 충격 최소화에 나서고 있지만, 결국 6.3 대선 이후 선택과 대응이 향후 한국 철강산업의 명운을 좌우할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 HBN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