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적격성 심사 영향 불가피
[HBN뉴스 = 이동훈 기자] 불법 대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의 항소심이 진행되면서 이번 사건이 개인의 비위 차원 여부를 넘어 금융시장 신뢰와 공시제도의 실효성을 점검하는 계기로 탄력을 받을지 주목받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1형사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유준원 대표에 대한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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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에 대한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 5일 공판에서 유 대표가 대주주로 있는 상장사 한프의 공시담당자는 “공시에 포함할 내용을 지시받은 적은 없으며, 기존 관례에 따라 전환사채(CB) 업무를 처리했다”고 증언했다.
유 대표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여러 코스닥 상장사와 함께 고금리 담보대출을 실행하고, 이를 전환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처럼 꾸며 허위공시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러한 구조를 상장사의 신용을 이용해 고금리 자금을 끌어오면서 담보 제공 사실을 숨긴 것으로 보고 있다.
1심 재판부는 해당 행위를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판단해 유 대표에게 징역 4년과 벌금 185억 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전환사채 발행사가 담보를 제공해 대출받은 자금에 의존했음에도 이를 공시하지 않은 것은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피고인들은 발행사별 필요에 맞춰 구조를 설계하고 반복적으로 범행해 이익을 얻었으며, 이로 인해 한프 주가가 급락해 일반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항소심에서 한프 관계자는 “기존 공시에서도 담보 제공 항목은 기재하지 않았으며 관례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했지만, 법조계는 이를 공시제도의 본질인 투명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는 주장으로 보고 있다.
유 대표의 형사 사건은 상상인그룹이 금융위원회와 진행 중인 대주주 적격성 관련 행정소송과도 연결돼 있다. 금융위는 2023년 유 대표가 대주주 적격성을 상실했다는 이유로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지분 매각 명령을 내렸다. 상상인 측은 “부당한 처분”이라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1심 형사판결에서는 두 저축은행에도 각각 64억 원과 119억 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금융위는 이를 근거로 매각 명령을 내렸으며, 상상인 측은 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효력을 늦춰왔다. 그러나 항소심이 본격화되면서 매각 절차가 다시 속도를 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법적 책임을 넘어 금융그룹 내부의 관행과 제도적 허점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관례’라는 이유로 공시가 생략되고, 대주주가 복수의 금융사를 보유한 채 자금을 순환시키는 구조는 시장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 상승과 내부통제 부실을 계기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 및 그룹 리스크 관리 제도 개편을 추진 중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지시 여부와 무관하게 공시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관행 자체가 시장 질서를 훼손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은 제도적 경각심을 환기하는 판례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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