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페이스트 공동 개발…차량 전력반도체 시장 진출 가시화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LG화학이 석유화학 부문의 부진으로 인해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 친환경 바이오 소재와 생명과학 분야 확대, 첨단 기술 확보, 글로벌 공급망 협력 등을 종합적으로 가동하며 ‘과거 기반의 화학기업’에서 ‘미래형 과학기술 중심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23일 최근 LG화학은 수처리(워터솔루션) 사업부를 약 1조4000억 원에 매각키로 최종 결정했다. 이는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확보한 유동성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재투자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회사 측은 이 자금을 배터리 소재, 친환경 플라스틱, 바이오 등 미래 유망 분야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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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사진=연합뉴스] |
LG화학은 친환경 및 생명과학 사업을 전략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 지속가능 항공유(SAF) 등은 ESG 흐름에 부합하는 제품으로, 중장기 수익원 확보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국내 최초 HVO(수소화식물유) 공장 설립으로 친환경 원료 확보와 수익성 제고를 추진 중이다.
국내 기업 최초로 FDA(미국 식품의약국) 승인 신약을 보유한 AVEO 인수를 통한 항암제, 당뇨병 치료제 등 바이오 의약품 사업 확대도 병행되고 있다.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분야, 특히 양극재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테네시주에 양극재 공장을 신설하며 1단계 약 2조 원을 투자 중이며,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한다. 또한 도요타-파나소닉 합작사인 PPES와의 공급 계약 등을 통해 북미 및 글로벌 고객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미드 니켈, 고밀도 LFP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보유에도 주력 중이다.
신사업 핵심 원료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미국 Piedmont Lithium과의 투자 협력, 엑슨모빌과의 공급 MOU 체결 등도 이뤄졌다. 이와 함께 배터리 화재 안정 기술 ‘넥슐라(Nexula™)’를 세상에 선보였다.
여기에 일본의 첨단 세라믹 전문기업 노리타케(Noritake)와 공동으로 전기차 전력 반도체에 사용되는 고성능 은(Ag) 페이스트를 내놓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제품은 우수한 전기 전도도, 열 안정성 및 접착 특성으로 인해 전자 응용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이 페이스트는 다른 증착 기술을 통해 스크린 인쇄 또는 적용되도록 설계되어 다양한 기판에서 전도성 경로를 생성하여 차량 전력 반도체 등 전자 부품의 제조 공정에 중요하다.
이번 공동 개발품에는 LG화학의 입자 설계 기술과 노리타케 입자 분산 기술이 접목돼 우수한 내열성과 방열 성능을 동시에 갖췄다는 평가이다. 기존 제품은 냉동 보관해야 하는 데다 보관 기한도 짧아 관리에 난점이 있었지만, 이번 성과물은 최대 6개월의 장기간 상온 보관이 가능해 운송·보관 효율이 향상됐다. 고객 공정 내 제품 사용 가능 시간도 길어져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는 단순한 신사업이 아닌, 기업의 존재 이유를 다시 쓰는 성과이기도 하다. 관련 시장은 올해 약 3000억원에서 오는 2030년 85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신학철 LG화학 대표는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고급소재 설계 역량을 바탕으로, 자동차 전자 부품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해왔다”며 “이번 노리타케와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차량 소재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LG화학은 석유화학 부문의 정리 수순과 함께 신사업 부문에서의 전략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방어가 과제로 남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소재 중심의 기업에서 과학기술 기반 기업으로의 정체성 전환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 전반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개구리도 더 멀리, 더 높이 도약하기 위해 몸을 움츠리는 것처럼 LG화학이 지금 정확히 그런 순간에 있다”며 “LG화학은 지금 화학의 틀을 넘어 첨단 과학기술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체질 전환의 한가운데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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