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직접영업·기술자율 투트랙으로 내실 강화
[HBN뉴스 = 이동훈 기자] 삼성전자가 9년 만에 장기 실적 개선 사이클에 진입했다. 업계에서는 화려한 혁신 구호나 전면적 개편이 아닌, 기술 경쟁력 중심의 운영 방식을 강화한 것이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1일 리포트를 통해 “삼성전자가 장기 실적 개선 국면에 들어섰다”며 “2026년 영업이익은 53.5조원으로 전년 대비 66% 증가해 2018년(58.8조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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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진=삼성전자] |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HBM(고대역폭메모리)이 주도하면서, 범용 D램 생산능력 증설은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AI 서버 중심 수요가 일반 서버·그래픽·모바일로 확산되면서 범용 D램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김 센터장은 “서버 교체 수요가 본격화되고 HBM4 공급이 제한되면서 범용 D램 공급 부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전자가 범용 D램 생산 비중을 78%로 유지하고 있어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이 약 10조2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배 이상(118%) 늘며 3년 만에 1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4분기에도 10조6000억원을 기록해 하반기 영업이익은 20조8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대비 33% 증가한 수준으로, 4년 만의 최대 실적이다.
이 같은 흐름에는 지난해 말 단행된 전영현 부회장의 대표이사 선임이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전 부회장은 메모리사업부와 종합기술원까지 직접 관할하며 기술 중심 체제를 강화했다.
또 한진만 사장이 파운드리사업부를 맡고, 김용관 사장이 DS 경영전략을 총괄하는 등 조직을 다변화하면서 반도체 부문 내 ‘기술-전략-제조’의 분업 체계가 자리 잡았다.
당시 인사는 인위적 조직 개편보다 현장 기술력과 실적 중심 경영에 무게를 둔 결정으로 평가된다.
과거 이건희 회장이 전면적 체질 개선을 강조했던 것과 달리, 이재용 회장은 핵심 기술인력에 권한을 집중시키는 운영 방식을 택했다. 과감한 구호보다는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하고 실행력을 높이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기술진에 권한을 위임하고, 외부적으로는 직접 영업에 나서는 ‘투트랙 리더십’이 특징이다.
그는 글로벌 주요 고객사와 직접 소통하며 수주를 이끌고, 파트너십을 조율하는 등 ‘총수 영업’ 역할에도 적극 나섰다.
이처럼 외부 시장을 총괄하는 리더십과 내부 기술진의 자율성이 맞물리며, 전영현 부회장 등 경영진이 AI 전환기에도 HBM에 올인하지 않고 범용 D램 라인을 병행한 전략적 균형이 실제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최근 실적 회복은 경영 구호나 조직 개편보다 기술 기반의 의사결정과 실행이 성과로 이어진 사례”라며 “시장에서도 기술 경쟁력을 중심으로 한 리더십이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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