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엔=노이슬 기자] 슈트발이 좋아서일까. 매 작품 배우 조우진은 슈트를 입고 세련미를 선보인다. 깍쟁이 같은 이미지까지 찰떡이라 '공무원 전문배우'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그랬던 조우진이 느슨해졌다. 영화 '도굴'을 통해 동네 어디선가 흔히 본 듯한 복장에 약간의 허세까지 더해지며 한층 더 편한 인물로 스크린을 찾은 것이다.
'도굴'은 지난 4일 개봉, 하루동안 7만 3069명을 동원하며 일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코로나19 여파와 반짝 한파 속에도 개봉날 1위를 차지하며 흥행 몰이를 예고한 것이다.
개봉에 앞서 라운드 인터뷰에서 만난 조우진은 "구원투수 비슷한 모양으로 영화가 개봉하게 됐다. 최근에 잠을 좀 못잤다. 감독님도 잠 못이루는 나날들일텐데... 그분들만큼은 아니지만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 '위로 드리고 싶다'며 출사표 비슷하게 던졌는데 관객들 만족시킬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했다.
'도굴'은 타고난 천재 도굴꾼 강동구(이제훈)가 전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땅 속에 숨어있 유물을 파헤치며 짜릿한 판을 벌이는 범죄오락영화.
조우진이 분한 존스 박사는 전설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동경하는 인물로 흉내낼 뿐만 아니라 '전설'로 통하는 '도굴꾼'이다.
"존스 박사는 '인디아나 존스' 원작 인물들을 따라가지 못하지만 흉내내는 인물이다. 동네 지나가다 보이는 아저씨 같은 느낌(미소). 싱크로율을 목표로 만든 그런 캐릭터는 아니다. 흉내내는 것을 좋아한다. 감독님도 빈틈도 있고, 보기 편한 캐릭터였으면 한다고 했다."
흔한 동네 아저씨 같은 존스 박사의 진가는 중국에 있는 고구려 벽화를 통째로 뜯어내기 위한 과정부터 증명된다. 조건 깨부수는 것이 아닌, 각 돌의 성질을 파악해 화학반응을 이용해 돌을 녹여내며 스마트함을 드러낸다.
존스 박사의 첫 등장씬은 관객들에 웃음을 안긴다. '박사'라는 호칭에 한 순간 카우보이 스타일의 모자를 쓰고 변신하는 것이다. 모자는 존스 박사에게 '시그니처' 같은 존재다.
"대본에 모자를 쓴다는 설정은 없었다. 감독님과 아이디어 얘기하면서 순간적인 태세전환의 모습이다. 동네 노점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존스 박사에 대한 시그니처로 '모자'를 택했다. 잠시 화면에서 아웃됐다가 재등장할 때 모자를 쓰고 등장하겠다고 제안했다. 현실성이 떨어지더라도 오버스럽지 않게, 시도를 했는데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모니터 통해서 잘 살려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
존스 박사가 강동구(이제훈)로부터 제안을 받고 본격 도굴에 뛰어든 만큼, 조우진은 이제훈과 가장 많은 호흡을 맞췄다. 앞서 이제훈은 '도굴'을 통해 자신이 애드리브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힌 바. 조우진은 "이제훈도 정말 아이디어가 많다"고 했다.
"'인디아나 존스'에서도 땅에 떨어진 모자가 인상적이지 않나. 물에 떠내려 가는 모자 등 거기서도 모자가 시그니처다. 그런 것들을 살려보자는 얘기가 있었다. 극 후반부에 동구가 뒤에서 나타나는 것도 '인디아나 존스'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다. 동구를 애타게 찾는 그 순간 그가 나타나 아무렇지 않게 나한테 모자를 씌워준다. 모자 쓰는 장면은 넣기 잘한 것 같다. "
조우진과 이제훈의 티키타카 케미는 영화의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사실 조우진은 이제훈과 드라마 '비밀의 문'에 이어 '도굴'로 두번째 호흡이다.
"이제훈씨는 내가 평소 동경해왔던 배우다. '파수꾼'에서 인상깊었다. 군대 갔다와서 첫 작품이 '비밀의 문'이었다. 첫 만남에 1대 1로 만나는 장면을 촬영했다. 흥분되고 긴장됐다. 그때가 드라마 촬영 중반 쯤이었다. 이제훈씨는 피로가 쌓였고 개인적으로 말을 걸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몇몇 장면이 쌓이다보니 편해졌다.
이제훈씨는 상대 배우에 대한 배려가 깊다. 알게 모르게 배려해준다. 사람을 편하게 해준다. 감회가 새로운 것은 당연하고 어른스럽다. 편한 동생이지만 작품을 대하는 태도나 현장에서의 태도가 좋다. 나는 오락부장 느낌이라면 공부잘하는 모범생 반장 이미지다. 중심을 잘 잡아서 연기를 했기 때문에 조금 더 수월하게 잔망미와 아재미를 전달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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