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윤연이 교수 연구팀이 심장초음파 영상만으로도 좌심실비대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원인까지 구분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했다.
좌심실은 폐에서 산소를 받은 혈액을 온몸으로 보내는 심장의 핵심부위로, 전신에 혈류를 공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좌심실의 벽(심근)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져 심장 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좌심실비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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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연이 순환기내과 교수 [사진=분당서울대병원] |
이 병은 원인 질환에 따라 치료법과 예후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정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좌심실비대 진단에는 심장초음파가 1차 검사로 널리 활용되지만 검사자의 육안으로는 심실 내 미세한 구조 차이를 구분하기에 한계가 있어, MRI와 같은 추가적인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진단이 지연되면 치료가 늦어지고 심부전, 돌연사 등 중증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보다 효율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진단 방법의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이에 윤연이 교수 연구팀은 심장초음파 영상만으로도 원인을 감별할 수 있는 AI 기반 진단 기술을 개발하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심장초음파 영상에서 심근의 미세한 패턴과 형태 변화 등 총 1만9839개의 특징 정보를 수치화해 AI가 질환별 패턴을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바탕으로 좌심실비대 여부 진단 및 대표적인 원인 질환인 ▲고혈압성 심장병 ▲비후성 심근병증 ▲심장 아밀로이드증을 구분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했다.
외부 병원의 독립된 검증 데이터를 활용해 AI 모델의 성능을 평가한 결과, 비후성 심근병증 96%, 심장 아밀로이드증 89%, 고혈압성 심장병 83%의 진단 정확도를 보였다.
윤연이 교수는 “임상 현장에서 좌심실비대의 원인 규명이 지연되면서, 치료 기회를 놓치거나 나쁜 예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기존 진단의 한계를 극복하고, 1차 검사인 심장초음파 단계에서 원인 질환을 보다 빠르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이어 “향후 진단이 어려운 파브리병, 다논병 등의 희귀질환이나 운동선수에게서 나타나는 생리적 좌심실비대의 감별을 돕는 AI 모델로 연구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협회 저명 학술지 ‘Circulation: Cardiovascular Imaging’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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