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기업' 삼양홀딩스, 지배구조 개선 시급…오너일가 고배당·쪼개기 상장 논란

홍세기 기자 / 2025-06-12 16:45:54
핵심지표 15개중 단 4개만 충족
60% 웃도는 상장사 평균에 미달

[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삼양그룹이 창립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100년'을 향한 비전을 제시했지만, 실제 기업지배구조는 여전히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근 신고된 2024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삼양그룹의 지주회사 삼양홀딩스는 핵심지표 15개 중 단 4개만 충족해 준수율 26.7%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 상장사 평균 62.9%를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전년도와 동일한 수준에 머물러 개선 의지가 의문시되고 있다.

 

  삼양홀딩스 본사 전경 [사진=삼양홀딩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배당정책 관련 항목이 전년 대비 오히려 후퇴했다는 점이다. 주주 대상 배당정책 통지 여부를 준수하지 않은 것에 대해 회사 측은 "기준 강화에 따른 혼선"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는 주주 입장에서 일관성 부족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사회 구성에서도 뒤늦은 개선이 눈에 띈다.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에 요구되는 여성 사외이사 1명 이상 선임 기준을 삼양홀딩스는 2023년까지 충족하지 못했다가 올해 3월에서야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 오너 일가 중심의 배당 구조 논란
 

삼양홀딩스의 가장 큰 논란은 오너 일가에게 집중된 배당 구조다. 최근 10년간 삼양홀딩스가 실시한 현금배당 약 1624억원 중 약 681억원이 오너 일가에게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배당금의 42%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배당이 증가한 사례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회사 삼양이노켐의 경우다. 2023년 삼양이노켐은 매출과 순이익이 전년 대비 급감하고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모회사인 삼양홀딩스에 1299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삼양홀딩스는 이 자금을 활용해 271억원의 배당을 실시했으며, 이는 직전 연도 대비 16.8% 증가한 수치다.

삼양그룹 측은 "배당은 전체 주주를 대상으로 한 정당한 이익 환원이며, 삼양이노켐의 경우 과거 투자에 따른 보상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지속적인 적자 상황에서의 고액 배당에 대한 의문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 '쪼개기 상장' 우려와 배당 창구 이중화


삼양홀딩스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의약바이오 부문 인적분할 계획도 논란이 되고 있다. 삼양바이오팜(가칭)을 설립해 11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겠다는 이 계획은 기존 주주에게 동일한 지분율로 주식을 배정하는 구조지만, 오너 일가가 두 회사에서 모두 배당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쪼개기 상장' 우려를 낳고 있다.

삼양그룹은 "지주사와 사업회사의 기능을 명확히 분리해 투자자들에게 선택적 투자 기회를 제공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지주사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명분 하에 실제로는 오너 배당 구조를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양바이오팜은 1995년 삼양사 의약사업부로 출범해 2011년 물적분할됐다가 2021년 삼양홀딩스에 흡수합병된 바 있다. 당시 조직 운영의 효율화와 인적·물적 자원 공유를 통한 시너지 극대화를 명분으로 내세웠던 것을 고려하면, 불과 4년 만에 다시 분할하는 것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삼양홀딩스 관계자는 "당시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이 많았던 상황이라 합병했지만 이후에 관련 사업이 잘 풀렸다"며 "사업 성과가 잘 나오고 있는 만큼 현시점에서 분할해 제대로 가치 평가를 받는게 좋겠다라는 내부 평가가 나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결정된 것도 없는 상태에서 배당창구 이중화 주장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오는 얘기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  오너 4세 법인의 삼양엔씨켐 지분 보유 논란
 

최근 상장에 성공한 삼양엔씨켐을 둘러싼 논란도 주목할 만하다. 삼양엔씨켐은 포토레지스트 소재의 국산화로 주목받으며 공모주 청약에서 경쟁률 1200대 1을 넘기는 등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런데 오너 4세들이 100% 지분을 보유한 '(주)우리'가 삼양엔씨켐 지분 4.67%를 보유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문제는 해당 지분 취득 경위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삼양그룹 측은 "지분 취득은 그룹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삼양홀딩스가 삼양엔씨켐의 최대주주라는 점에서 정보 접근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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