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지각 떨어지면 말로 주어진 정보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
[하비엔뉴스 = 허인희 기자] 청지각은 단순히 소리를 ‘듣는’ 감각 수준을 넘어서, 우리가 들은 정보를 인식하고 식별하며 기억하고 이해하는 고차원적인 뇌의 처리 과정이다. 이러한 능력은 언어, 기억, 주의, 사고력 등 핵심 인지 기능의 기초가 되며, 특히 아동기 인지발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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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브레인리더 한의원 설재현 원장 |
청지각이 약화되면 유사한 음소를 구별하지 못하면 단어와 문장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고, 어휘 습득이 지연되며 문장 구성에도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이는 결국 말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거나 상대의 말을 이해하는 능력에 큰 제약을 준다. 실제로 청지각 처리 장애를 가진 아동들은 평소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다는 평가를 받거나, 반복적인 지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더 나아가 작업기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작업기억은 들은 정보를 순간적으로 저장하고 즉시 처리하는 능력인데, 이는 수업 중 교사의 말을 따라 하거나 지시를 기억해 행동으로 옮기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청지각이 떨어지면 말로 주어진 정보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행동, 학습, 문제해결력까지 저하된다.
또한, 주의력 유지에도 장애가 생긴다. 청지각이 약한 경우 주변 소음과 중요한 음성을 구별하지 못하고, 불필요한 소리에 쉽게 주의를 빼앗긴다. 이는 청각적 배경에서 선택적 주의가 어려워져 집중 유지가 힘들고, 학습 몰입도가 떨어진다. 특히 수업 시간처럼 정보가 대부분 청각으로 전달되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부각된다.
브레인리더 한의원 설재현 원장은 “이러한 청지각의 약화는 결국 전체적인 학습능력과 지적기능의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읽기, 철자, 듣고 쓰기 같은 언어 기반 학습 과제는 물론, 수학적 추론, 사회적 대화 능력, 감정 조절 등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자폐 스펙트럼 아동, ADHD, 특정 학습장애를 가진 아동들에서 이러한 청지각 기능 저하가 공통적으로 관찰되며, 이에 대한 재활치료가 인지 기능 회복의 중요한 열쇠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뇌과학적 연구에서도 이러한 상관관계는 명확히 드러난다. 기능적 뇌영상(fMRI)이나 뇌간청각반응검사(ABR) 연구에 따르면, 청지각이 저하된 아동은 언어를 담당하는 측두엽과 전두엽의 활성도가 낮으며, 작업기억 및 주의조절과 관련된 전전두엽의 기능도 저하되어 있다. 해마와 청각피질의 연결 효율성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 연구에서는 자폐 아동을 대상으로 한 PET 뇌영상에서 설삼침 등 청각 중추를 자극하는 치료 이후 뇌의 포도당 대사량이 향상되고, 이에 따라 언어이해력과 표현력이 함께 향상된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고 전했다.
설재현 원장은 “청지각 저하는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히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다’는 문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언어, 기억, 주의, 사고, 학습, 감정조절 등 뇌 전체 인지 회로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핵심 요인 중 하나라고 한다. 단순 청력 검사만으로는 문제를 진단할 수 없으며, 청지각 능력에 대한 평가와 중재가 가능한 전문 기관을 통해서 도움을 받을 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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