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환율 무리수 대응 논란...국민연금까지 동원, 수출대기업·증권사도 압박

이필선 기자 / 2025-11-26 16:47:00
구윤철 "전략적 환헤지 등 논의" 공개 언급
고갈 논란 연금, 기업·증권사 반응은 냉담

[HBN뉴스 = 이필선 기자] 정부가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향해 치솟자 국민 노후자금으로 고갈 논란이 끊이지 않는 '국민연금'까지 동원한 환율 안정 대책 카드를 꺼내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수출대기업과 증권사들까지 환율 안정과 관련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어 논란이 식지 않는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국민연금은 외환시장의 단일 최대 플레이어 중 하나다. 기재부, 한국은행,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4자 협의체를 구성해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성을 조화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막대하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구 부총리는 "국민연금 개혁으로 기금 규모가 현재 1400조원에서 향후 3600조원 이상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세 번째로 큰 연기금이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50%를 넘어섰고, 보유한 해외자산도 외환보유액보다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민연금이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해외투자를 늘리면서 달러 수요가 커지고, 이것이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구 부총리는 "장기적으로 기금 회수 과정에서 대규모 해외자산 매각에 따른 환율 하락 영향도 미칠 수 있다. 지금 시점에 뉴 프레임워크를 시작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구 부총리는 외환시장 안정성을 위해 가능한 모든 정책을 검토하면서 전략적 환헤지나 통화스왑 등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전략적 환헤지는 환율이 정해놓은 기준보다 높아지면 국민연금이 보유한 해외 자산의 최대 10%까지 특정 가격에 매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정부가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성을 해치지 않고 환율 안정에 활용하겠다는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제시되지 않은 데다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익명의 금융권 전문가는 "국민연금이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면 환율은 떨어지겠지만 수익성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가능한지 의문스럽다"며"국민이 갹출해 운영하는 국민연금의 주인은 국민들이다. 수익성 극대화를 통해 고갈 논란을 불식시켜 나가야 하는 지상과제를 두고 구체적인 방안 제시 없이 환율안정에 동원하겠다는 의도는 설득력이 낮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주요 수출 대기업들에 달러 환전 시점을 조정해 시장에 달러를 더 내놓으라고 요구한 상태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경제 불확실성 가중으로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달러를 팔면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대기업 다른 관계자는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는 상법 입법, 노란봉투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인해 기업들의 해외 탈출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을 유지한 채 환율안정에 역할을 하라고 수출대기업들을 압박하는 것은 넌센스다"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정부는 지난 21일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 등 외환시장협의회 소속 9개 대형 증권사의 외환 담당자들과 비공개 회의를 열고 달러 매수 주문을 오전 9시 서울 외환 시장이 열릴 때 일괄적으로 환전해 확보하는 관행을 개선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을 말하는 이른 바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 결제 수요 확대가 원화 환율 상승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복수의 증권사 관계자들은 "결제 시차, 전산 시스템 변경의 기술적 문제 및 엄청난 비용 때문에 곤란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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