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엔=노이슬 기자] 혼전 임신이라는 어쩌면 자극적일 수 있는 소재를 활용했지만 감독은 '망했다'며 지레 겁부터 먹는 청춘들을 격려한다. '이혼' 역시 또 다른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와 함께 말이다.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참상이라는 뜻의 사자성어 '아비규환'. 영화 '애비규환'은 아비를 애비로 바꾸며 스타일이 다른 3명의 '애비(아버지)'를 그려넣었다.
이에 '애비규환' 주인공 토일(정수정)은 새 아빠와 함께 살면서도, 15년 전 연락 끊긴 친아빠와 집 나간 예비 아빠를 찾아 나선다. 말 그대로 설상가상 첩첩산중 코믹 드라마다.
토일은 대학생이지만 덜컥 임신을 하고도 5개월동안 이 사실을 가족들에 숨겼다. 부모님의 한숨 앞에 그녀는 결혼과 졸업을 동시에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PPT를 내 보인다. 당연히 부모님의 반응은 격렬할 수 밖에 없다.
대학교 졸업도 전에 아이를 낳으며 성공적인 5년 계획을 세운 토일(정수정)이는 결혼을 앞두고 15년전 헤어진 친 아빠를 찾으러 나선다. 얼굴도 기억 안나는 부친을 찾을 단서는 '대구'와 '기술가정 선생님' '최씨'라는 것. 토일은 무작정 대구의 고등학교에 있는 최씨 기술가정 선생을 하나하나 만나며 여정을 펼친다. 겨우 친 아빠를 찾고 돌아오니 '예비 아빠'가 사라졌다.
토일이 '애비' 둘을 찾고나니 그의 입에서는 절로 '망했다'는 소리가 나온다. 언젠가 또 갑자기 사라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지레 겁 먹은 것이다. 이에 그녀는 아이를 혼자 낳겠다며 미혼모를 자청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망했다'는 말은 사실 그 일이 잘못돼 가고 있을 때 사용한다. 하지만 토일의 모친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며 딸을 타이르고 응원한다.
토일의 모친은 전 남편과 사는 것이 불행해 이혼하고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 이혼을 했다고 해서 '망한' 삶이라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이며,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이다. 이에 감독은 토일과 진짜 가족이 되기 위해 15년간을 노력한 새 아빠(최덕문)로 이혼 가정도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토일의 예비 신랑인 호훈은 그녀와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의 '애비'다.
정수정은 당찬 매력으로 극을 이끌며 '원톱 주연'으로써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다. 장혜진, 최덕문, 이해영, 강말금, 남문철, 신재휘까지 누구하나 빠지지 않고 시너지를 발휘했다. 친아빠가 토일의 현재 가족들과 만나며 생각지도 못한 웃음이 터진다. 순하기만 한 토일의 예비 시댁 조화도 좋다.
'애비규환'은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의 공식 초청작으로, 독특한 설정과 위트 있는 이야기로 관객들에 주목 받았다.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은 11월 1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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