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상장' 규제 강화 속 정부 기조 변화 변수
[HBN뉴스 = 이동훈 기자]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이하 한금서)의 기업공개(IPO) 추진이 난항을 겪고 있다. 내년 9월까지 상장을 약속한 투자계약 기한이 다가오지만, 주관사 선정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무엇보다 모회사인 한화생명이 이미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만큼, ‘실질적 중복 상장’이라는 지적이 발목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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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 본사 [사진=한화생명] |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금서는 최근 IPO와 관련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IPO주관사 선정도 논의되지 않는 만큼, 일각에서는 약속 기일내 상장은 사실상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통상 상장 준비부터 신규 상장까지는 상장 준비→상장예비심사청구→결과 통지→증권신고서 등 제출 → 투자설명회와 수요예측→청약과 납입 → 신규사장의 순서를 거쳐야 하기에 약 1년에서 길게는 1년 6개월까지 소요되기 때문이다.
한금서가 이처럼 상장에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는 것은 이재명 정부의 상장 규제 기조와 맞물린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한국거래소 간담회에서 “기업이 알맹이는 쪼개서 상장시키고, 모회사는 껍데기만 남긴다”며 쪼개기 상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거래소 역시 중복상장 심사 가이드라인 마련을 검토 중이다.
이후 대기업 계열사들은 잇따라 IPO 일정을 멈췄다. 한화에너지는 주관사 실사 작업을 전면 중단했고, SK이노베이션은 SK엔무브 상장을 접은 뒤 FI(재무적 투자자) 지분을 직접 인수했다. HD현대 역시 사이트솔루션 상장을 철회하고 완전 자회사로 재편했다.
이는 정부가 ‘모회사 상장 + 자회사 별도 상장’ 구조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핵심 가치를 자회사로 분할해버리면, 모회사 주주가 상대적 손실을 입는 구조가 반복된다는 논리다.
한금서 또한 중복 상장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지배 구조이다. 한금서는 2021년 한화생명이 제조·판매 분리를 단행하며 출범한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이다. 한화생명은 보험상품 제조사로 체질을 전환하고, 판매 전문 자회사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전력이지만, 출범 초기부터 “모회사의 핵심 영업조직을 떼어내 별도 상장하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있었다.
게다가 모회사인 한화생명은 이미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이다. 한화생명은 한금서 지분 88.89%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한국투자어슈어런스(7.67%)와 한국증권금융(3.44%)이 나눠 갖고 있다. 투자계약에는 내년 9월까지 상장을 완료하지 못할 경우 콜옵션·동반매각권 등이 발동되는 조항이 담겼다.
다만 계약서상 최장 2년 연장이 가능해, 업계에서는 “연장 카드”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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