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의존 '발목'...치료제 생산시설 완공 절실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갑상선암 치료에 필수적인 방사성 요오드 공급에 전 세계적인 차질이 발생하면서 국내 환자들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대한핵의학회에 따르면 12일 입원하기로 예정됐던 갑상선암 환자들은 지난주 갑작스럽게 입원 취소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 세계적인 방사성 요오드 생산 차질로 인해 발생한 문제이다.
대한핵의학회 관계자는 “수 주 동안 입원 치료를 위해 갑상선 호르몬 복용을 중단하고 힘든 저요오드 식이를 유지해 온 환자들에게 이번 공급 제한은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다”며 안타까워 했다.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치료 연기에 대한 불안감과 불만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갑상선암 치료에 ‘핵심’ 방사성 요오드, 왜 중요한가?
갑상선은 부드러운 조직 특성상 수술 후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잔여 종양이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때 방사성 요오드는 갑상선 세포에 잘 흡수되는 성질과 방출하는 높은 에너지를 이용해 잔존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재발 위험을 낮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갑상선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에는 고용량의 방사성 요오드를 이용한 격리 치료가 필수적이다. 환자들은 동위원소에서 방출되는 높은 에너지 때문에 특수 치료 병실에서 외부와 격리된 채 치료를 받아야 하며, 의료진의 방문조차 제한된다.
◆ 불안정한 국내 방사성 요오드 공급망...해외 의존 심화
수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는 여러 방사성 요오드 수입업체가 존재했다. 하지만 외국에 비해 낮은 보험 약가로 인해 수입업체들은 적자를 감수해야 했고, 결국 현재는 단 한 곳의 업체만이 원료를 수입해 가공·판매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부산 기장군에 수출용 신형 연구로를 건설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방사성 요오드는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연구로 건설 사업은 2012년 시작 이후 사업 적정성 재검토, 지진 안전성 평가 등으로 인해 수년간 지연되어 왔으며, 2027년 가동 역시 확정적인 상황은 아니다. 더불어 희귀 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다른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작년에는 검사용 방사성 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테크네슘 발생기 공급이 전 세계적으로 수주간 중단되면서 심장핵의학 검사나 뼈 전이 진단이 필요한 암 환자들이 위기에 내몰리기도 했다.
◆ 근본 원인은 ‘취약한 공급망’... “생산시설 조속한 완공 서둘러야”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방사성 의약품 원료 물질 생산 시설이 남아프리카공화국, 폴란드, 호주 등 몇 개국에 불과하고, 상당수 시설이 노후화되어 예기치 않은 생산 중단이나 시설 정지 발생 시 전 세계적인 공급 차질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정부와 관련 업계는 수입선 다변화 등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방사성 요오드를 포함한 방사성 의약품의 의료보험 수가를 현실화하고, 기장에 건설 중인 수출용 신형 연구로의 조속한 완공 및 방사성 의약품 생산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갑작스러운 치료 연기로 고통받는 환자들과 의료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발 빠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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