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가 역고소" 나나 사건으로 불붙은 '정당방위'와 '범죄자 인권' 논란

이동훈 기자 / 2026-01-02 14:54:20
"유명인 신분 악용한 2차 가해" 비판
미국, 주거지 침입시 강력한 무력 인정

[HBN뉴스 = 이동훈 기자] 걸그룹 출신 배우 나나(본명 임진아)의 자택에 침입한 피의자가 오히려 피해자를 고소하면서, 우리 사회의 ‘범죄 피의자 방어권’과 ‘피해자의 정당방위’ 사이의 경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명백한 주거 침입 상황에서조차 방어 행위의 정당성을 법적으로 다투어야 하는 현실을 두고, 정당방위 인정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나나. [사진=써브라임]

 

2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1월, 남성 A씨는 사다리를 이용해 나나의 자택 베란다로 침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집 안에 있던 나나와 가족은 침입한 A씨를 제압해 경찰에 넘겼으며, 이 과정에서 양측 모두 신체적·정신적 충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초기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나나 가족의 행위가 형법 제21조 제1항에 명시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침해가 있었고, 이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심각한 상해를 가하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라며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피해자들의 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입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속 송치를 앞둔 피의자 A씨는 최근 진술을 번복하며 나나를 상대로 별건의 고소를 제기했다. A씨 측은 “범행 당시 흉기를 소지하지 않았고, 피해자들에게 직접적인 상해를 가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제압 과정에서 입은 부상에 대해 피해자의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주거 침입 상황에서의 방어권을 폭넓게 보장하는 외국의 사례와 한국 법제의 차이점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다수의 주에서 채택하고 있는 캐슬 독트린(Castle Doctrine)은 자신의 주거지에 침입한 자가 생명이나 신체에 위협을 가할 경우, 도주 의무 없이 강력한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원칙을 담고 있다. 자신의 집을 ‘최후의 보루(Castle)’로 보아 방어 행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것이다.


반면, 한국 형법 제21조는 정당방위의 요건으로 ‘상당한 이유’를 규정하며 이를 매우 엄격하게 해석해 왔다. 침입자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결과가 과도하다고 판단될 경우, 방어자가 오히려 형사 처벌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법조계에서는 변화의 기류도 감지된다.

법률 전문가는 “최근 하급심 판례를 중심으로 주거 침입이나 야간 범죄 등 특수한 상황에서의 정당방위 인정 범위를 점진적으로 넓혀가는 추세”라며 “예측 불허의 공포 속에서 이루어지는 피해자의 방어 행위를 사후에 기계적인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피의자의 고소 행위를 두고 여론은 냉담하다. 특히 증거가 명확한 상황에서 고소권을 행사하는 것이 피해자를 괴롭히기 위한 ‘보복성 대응’이나 합의를 종용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나나 소속사 써브라임은 “가해자는 어떠한 반성의 태도 없이 나나 배우를 상대로 별건의 고소를 제기하는 등 피해자가 유명인이라는 점을 악용하여 반인륜적인 행위로 2차 피해를 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속 아티스트의 권익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으며, 본 사안과 관련하여 가해자에 대한 민·형사상 일체의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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