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 묘심 종정 “천년의 아픔, 천일의 기도로 씻는다”… 한반도 평화 위령탑 발원 세워

이정우 기자 / 2026-05-24 00:00:42
-부처님오신날, 천일의 발원 앞에 다시 두 손을 모아야 할 시간
-이 시대를 향한 간절한 호소며, 상처 입은 세상을 향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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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N뉴스 = 이정우 기자]  어느덧 부처님 오신 날이다. 산사마다 걸린 연등은 늦봄 바람 속에서 조용히 흔들리고, 은은히 울려 퍼지는 범종 소리는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을 두드린다. 해마다 돌아오는 봉축의 날이지만, 올해의 부처님오신날은 유난히도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세계는 여전히 전쟁과 갈등 속에 흔들리고 있고, 사람들의 삶 또한 고단하다. 끝나지 않는 전쟁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있으며,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분열은 우리 일상의 마음까지 메마르게 만들고 있다. 

 

서로를 이해하기보다 등을 돌리고, 함께 살아가기보다 각자의 고통 속에 갇혀가는 시대. 지금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서로를 향한 자비와 평화의 마음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때, 묘심 종정이 시작한 ‘한반도 평화 위령탑 천일기도’의 발원은 더욱 깊은 의미로 다가온다.

 

천년의 상처를 천일의 기도로 씻어내겠다는 이 서원은 단순한 종교적 의례가 아니다. 그것은 이 시대를 향한 간절한 호소이며, 상처 입은 세상을 향해 끝내 희망을 놓지 않겠다는 한 수행자의 깊은 다짐이다.

 

칠순의 노승이 남은 생의 시간을 걸고 시작한 이 기도는 그래서 더욱 절실하다. 묘심 종정은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한 가지 물음을 품어왔다고 한다. “왜 인간은 같은 아픔을 반복하며 살아가는가.” 한반도는 수많은 침탈과 전쟁을 겪어왔다. 외세의 침략 속에 민초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고, 동족상잔의 비극은 지금까지도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그러나 종정 스님은 진정 두려운 것은 무너진 건물이나 폐허가 된 땅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증오와 원망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상처를 풀어주지 않으면 시대는 같은 아픔을 되풀이하게 된다.” 그렇기에 이번 천일기도는 단지 죽은 자의 넋을 위로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살아 있는 우리들의 마음을 다시 평화로 향하게 하려는 간절한 수행이다.

 △사진=묘심종정

부처님오신날은 본래 자비와 공존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날이다.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뜻은 누군가를 미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이 함께 살아가는 길을 밝히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지금 묘심 종정의 발원 또한 바로 그 길 위에 놓여 있다.

 

올해 전국 사찰들은 예년보다 더욱 차분하고 품위 있는 분위기 속에서 봉축 행사를 준비해 왔다. 화려함보다 진심을 담고, 보여주기보다 함께 나누려는 마음이 곳곳에 스며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많은 불자들이 정성을 모으는 이유 역시 단순하다. “그래도 서로를 위해 마음을 모아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묘심 종정의 천일기도는 바로 그 마음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상징이 되고 있다. 거창한 형식이 아니어도 좋다. 두 손을 모아 평화를 생각하는 짧은 기도, 전쟁으로 유명을 달리한 영혼들을 향한 작은 묵념,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 하나까지도 모두 이 발원의 일부가 된다.

 

기도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간절한 기도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리고 움직인 마음은 다시 또 다른 마음을 깨우며, 결국 시대를 바꾸는 힘으로 이어진다. 묘심 종정이 바라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서로를 향한 미움보다 이해가 먼저이고, 갈등보다 공존이 먼저이며, 증오보다 자비가 앞서는 세상이 이 땅 위에 다시 세워지는 일이다.

 

종정 스님은 가까운 이들에게 자주 이런 말을 전한다고 한다. “천일기도는 나 혼자의 힘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함께해야 비로소 뜻이 이루어진다.” 그 말 속에는 한 수행자의 겸허함과 동시에 간절함이 함께 담겨 있다.

 

혼자의 기도로는 부족할지라도,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이 모인다면 시대의 상처 또한 조금씩 치유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서로 너무 쉽게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말은 날카로워졌고, 마음은 메말라가고 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남긴 가르침은 언제나 단순했다. “남의 아픔을 외면하지 말라.” 묘심 종정의 천일기도 역시 바로 그 가르침의 연장선에 있다. 전쟁으로 떠난 영혼들을 위로하고, 살아 있는 이들이 더 이상 서로를 미워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서원이다.

 

천일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그러나 천년의 상처를 씻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긴 시간 동안 두 손을 모아야 한다.

 

오늘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산사마다 밝혀진 연등은 단지 축제의 불빛이 아니다. 그것은 상처 입은 시대를 향한 위로이며, 다음 세대를 향한 희망의 등불이다. 그리고 지금, 묘심 종정이 올리는 천일의 발원은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우리 모두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과연 우리는 어떤 세상을 후손들에게 남길 것인가. 갈등과 증오의 시대인가, 아니면 함께 살아가는 평화의 길인가.

 

천일기도의 끝에 세워질 위령탑은 돌로 완성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뜻은 결국 사람의 마음으로 완성되어야 한다.

 

다가오는 천일의 시간 동안 더 많은 이들의 기도와 염원이 함께 모이기를, 그래서 이 시대의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되고 한반도의 평화가 더욱 굳건히 이어지기를 바라며, 오늘 부처님오신날의 연등 아래 우리는 다시 조용히 두 손을 모아야 할 것이다. ☞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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