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의무도 아닌데 왜 쓰나" … 화재 진화 핵심 장비 '입형다단펌프' 선택 논란

이정우 기자 / 2026-04-12 02:07:42
-특정 형식 우위 논란 속 조달제도 공정성 문제 수면 위로
-현장선 “사실상 강제” vs 당국 “의무 없다”… 제도와 현실 괴리

[HBN뉴스 = 이정우 기자]  최근 소방펌프와 관련한 논란이 조달제도와 검증체계 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생명과 직결되는 설비인 만큼 신뢰성을 중심으로 하는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말 74명의 사상자를 낸 대전 안전공업 화재 참사를 계기로 국민 생명과 직결된 소방 안전 설비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설비를 둘러싼 논란의 확산 속 '소방펌프'의 형식 논쟁은 단순한 소방 제품의 선택을 넘어, 현장에서 의 안전을 어떻게 검증하고 시장에 반영할 것인가라는 구조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논란의 소방 펌프는 건물 내 스프링클러와 옥내·외 소화전에 물을 공급하는 핵심 장비로 평소에는 작동하지 않다가 화재 발생 시 단 한 번 제대로 가동돼야 하는 말 그대로 비상 설비다. 

 

이렇듯 단 한 번의 작동이 인명 피해 최소화를 좌우할 수 있는 만큼, 일반 산업 설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신뢰성과 내구성이 요구된다는 것이 소방업게의 첨언이다.

 

이런 가운데 논란은 특정 형식, 특히 '입형다단펌프'를 둘러싼 시장 구조에서 촉발됐다. 법적으로 특정 형식 사용이 의무화 돼 있지 않음에도 일부 제품이 ‘우수조달물품’으로 지정되면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 성능자료 공개가 제한적인 점도 공정성 논란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본지>의 질의에 소방 당국은 형식 선택이 설계와 기술 판단의 영역이라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특정 형식이 사실상 요구되는 관행이 존재한다는 인식이 여전하다. 제도와 현실 간 괴리가 시장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사진=입형 엔진 소방 펌프(左), 횡형 엔진 소방 펌프(右)

 

 기술적 쟁점도 분명하다. 소방펌프는 체절, 정격, 과유량 등 다양한 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며, 화재 시 발생하는 압력 변화와 고온 환경을 견뎌야 한다. 일부에서는 다단 구조 특성상 하중 누적과 열 상승 가능성을 지적하는 반면, 수평분할형이나 입형터빈형은 현장 경험을 통해 안정성이 검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 기준과의 차이도 논란을 키운다. 미국 NFPA20과 UL 인증 체계는 장시간 운전과 구조적 안정성을 중심으로 엄격한 검증을 요구한다. 반면 국내에서는 일부 신규 형식이 충분한 장기 검증 없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의 본질을 ‘제품 경쟁’이 아닌 ‘검증 시스템’과 ‘시장 구조’의 문제로 본다. 특히 조달 제도와 맞물린 구조가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특정 형식이 제도적 우위를 바탕으로 시장을 선점할 경우 기술 경쟁은 위축되고, 새로운 기술의 진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산업 발전 뿐 아니라 안전 수준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문제는 새로운 기술을 평가할 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다. 기존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신기술이 배제되거나, 반대로 검증이 부족한 상태에서 시장에 들어오는 상황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전향적인 검증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기술의 특성을 반영한 별도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극한 조건 시험과 장시간 운전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성능 자료 공개 확대와 조달 제도 개선을 통해 공정한 경쟁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기준은 분명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확실히 작동하는가 하는 점이다. 이 원칙이 확보되지 않는 한, 형식 논쟁은 의미를 갖기 어렵다.

 

소방펌프는 화재 현장에서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안전장치다. 이번 논란이 형식 간 경쟁을 넘어, 공정한 시장 구조와 신뢰할 수 있는 검증 체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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